[글로벌 포커스] DMZ 평화의 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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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세상을 떠난 '아름다운 사람' 김민기의 '철망 앞에서'라는 노래다.
서정적이지만 분명한 가사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음에 평화, 사람의 통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가사에 통일과 평화란 단어는 없지만 고 김민기는 통일을 위해 평화와 군축이 먼저임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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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에 흐르는 시냇물 미움의 골짜기로/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 떼 물 위로 차오르네/ 냇물은 흐르네 철망을 헤집고/ 싱그런 꿈들을 품에 안고 흘러 굽이쳐 가네”
지난달 21일 세상을 떠난 ‘아름다운 사람’ 김민기의 ‘철망 앞에서’라는 노래다. 서정적이지만 분명한 가사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고인도 방송에서 노태우정부 시절 남북예술단 교류사업 중 남측 공연의 엔딩곡으로 만들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이미 유명한 가수들이 리메이크도 하고 중창· 합창으로 자주 선곡되는 노래임에도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가사 한 구절씩 곱씹으며 듣고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동안 생각해 온 나의 통일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전환케 한 노래였다. 고 김민기는 우리가 알고 강요당해 왔던 통일을 노래한 것이 아니었다.
“저 건너 들에 핀 풀꽃들 꽃내음도 향긋해/ 거기 서 있는 그대 숨소리 들리는 듯도 해/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나뉘어서/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
분단은 우리의 무엇을 갈라놓았을까. 남북으로 땅이 나뉘고, 끝나지 않은 전쟁은 철망으로 상처를 덧씌운 채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하에서 법과 제도도 상이하다. 오랜 기간 서로 다른 교실에서 공부하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일상을 누려왔다. 과연 이제 이 땅에 살아 있는 사람 중에 온전한 한반도에서 함께 살아 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다.
분단의 갈등과 모순은 더 많은 것을 갈라놓았다. 서로 다른 틀 속에 살게끔 땅을 갈라 물리적으로만 나눈 게 아니다. 서로의 말과 글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함이 길어지면서 생각마저 달라졌다. 같은 말과 글임에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람의 오고 감이 어려워지면서 마음도 멀어졌다. 분단은 마음과 생각까지도 나누고 병들게 했다.
“저 위를 좀 봐 하늘을 나는 새 철조망 너머로/ 꽁지 끝을 따라 무지개 네 마음이 오는 길/ 새들은 날으게 냇물도 흐르게/ 풀벌레 오가고 바람은 흐르고 맘도 흐르게”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외쳐왔던 통일은 물리적 통일이었다. 과정도 없이 결과론적으로만 철망을 걷어 나누어진 땅덩어리를 하나로 합치고 서로 다른 제도를 하나로 만들면 통일이 될 것처럼 착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한 체제가 사라지고 한 체제로 합쳐지는 지금까지 상상해온 통일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내전은 전쟁이 아니라 병이다. 적이 내 안에 있고,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싸운다”는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껏 상상해온 통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마음의 병과 싸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통일은 일상적인 삶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와 온전히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점에서 풍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오래 헤어져 있었던 사람과 그 사람의 다음 세대가 만나 하나가 된다는 인식의 전환에서 시작돼야 한다. 마음에 평화, 사람의 통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 버려요”
지금까지 힘으로 지켜온 것이 진짜 평화인지 통일을 향한 노력인지 반문해 본다. 가사에 통일과 평화란 단어는 없지만 고 김민기는 통일을 위해 평화와 군축이 먼저임을 노래하고 있다. 남북이 군사적 적대와 군비 경쟁을 멈추고 무엇보다 마음의 철망을 걷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을 가르는 선은 오가는 시냇물과 새처럼 사람이 넘나들면 흐려지고 사람이 만나면 지워지리라.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군사안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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