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소통카페] 언론을 조롱하는 막말과 편견

2024. 8. 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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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커뮤니케이션학

지난 6월 14일 야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면서 “언론이 진실 보도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에 대해 비판이 일자 야당 의원들은 “애완견은 학문 용어”,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하시지, 왜 그렇게 격조 높게 애완견이라고 해서 비난받는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애완견’과 ‘기레기’는 언론과 언론 전문직에 종사하는 기자에 대해 무례, 폄하, 모욕, 조롱, 저주를 내포하는 멸칭이다.

이런 비하는 자기 변호를 넘어서 상대의 정체성과 직업의식을 훼손하고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막말 언어폭력이다. 국민의 혈세를 받으며 특권과 특전을 누리는 공인인 야당 대표와 국회의원의 언행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하다. 기자 단체들은 “제1야당 대표와 국회의원이 공공연하게 언론을 적대시하는 상황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으며, 언론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언론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망발”로 규정했다.

「 정치인 일각 도넘은 언론 공격
감시견 언론 역할 고의로 무시
‘유튜브=대안언론’ 간주 난센스

김지윤 기자

‘애완견(lap-dog) 언론’은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옹호하는 보도를 일삼는 언론을 가리킨다. 반려동물의 대표격인 개가 주인의 극진한 보호를 받으면서 주인의 의사에 충실하게 따르는 행태를 언론에 비유한 것이다. 애완견과 대조되는 개는 감시견(watch-dog)으로 위험과 재난을 경계해야 할 때이면 요란하게 짖는다. 감시견 언론은 어두운 권력의 부정직과 부당함을 밝은 공론장으로 끌어낸다. 감시견 역할은 ‘환경감시 기능’으로 불리며 근대 언론의 탄생 이래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고 실행의 목표가 되어왔다.

‘감시견 언론’은 권력이 쓴 가짜 역사를 고쳐서 다시 쓰게 한다. 베트남 전쟁 개입과 전쟁 과정에서 30여 년에 걸친 미국 정부의 조작과 은폐 사실이 담긴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하고 보도한 워싱턴포스트가 그 경우다. “더러운 전쟁을 중단하라”는 반전 시위를 촉발하여 결국 미국은 베트남으로부터 철수한다.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온 ‘워터케이트’ 보도도 대표적 사례다. 1972년 6월 17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도·감청을 시도한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권력과 밝히려는 언론이 2년이 넘는 긴 싸움을 벌였고, 1974년 8월 9일 대통령의 사임으로 귀결되었다. 1987년 1월 14일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 군 사망 보도도 전형적 사례이다. 물고문 가혹 행위에 의한 죽음을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궤변으로 조작하려고 했던 사건은 언론(중앙일보의 최초 보도, 동아일보의 후속 보도)에 의해 공론화되고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견인했다.

언론은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봉사하기 위해 안내견(guide-dog) 역할도 모색한다. 편집인과 기자집단이 결정하는 상의하달(top-down)식 의제 설정에서 벗어나 일반 시민이 중요하게 여기는 이슈를 보도하는 하의상달식(down-up) 의제 설정을 통해 시민이 요구하는 공공 사안을 제시하고 공론을 형성한다. ‘안내견 언론’은 문제를 제기하는 보도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대화를 리드하여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다.

진실 보도를 위한 언론의 노력은 다양하다. 내용의 정확성, 팩트 강화, 제목의 표현력, 가독성 개선을 통해 정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초판(인터넷판), 2판(지역배송용), 3판(수도권 배송용) 제작에서 내용 수정, 기사 추가, 삭제의 엄정한 과정을 거친다. 일례로 1799개 초판 기사가 2판에서는 12.2%(223건)만이 그대로 유지되고, 2판의 기사는 44.2%(808건)만 3판에서 유지되었다(‘신문의 지면 편집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배진아·윤석민).

언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4부’ ‘사회의 목탁’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의 역할 수행에 부족한 점은 적지 않다. 언론도 그 점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과 같은 ‘레거시 미디어’를 보수와 권력의 편이라 단언하면서 편향성으로 논란을 일으켜온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선정성이 흥건한 유튜브 등을 대안 언론이라고 하는 건(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유시민의 주장) 난센스다. 오히려 언론을 자처하며 ‘돈벌이용 클릭 수’를 찾아 광견처럼 닥치는 대로 공격하고 당파성을 선동하는 개인형 디지털 소셜미디어를 우려해야 할 때이다.

좋은 감시견 언론은 기자, 데스크, 발행인, 사법 시스템, 시민의 응원이 함께 이루어내는 합작품이다. 성공적인 감시견 언론 사례가 주는 교훈이다. 물론 대한민국에서는 올바른 정치인들의 양식도 필요하다.

김정기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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