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해리스엔 ‘핵공유’ 요구, 트럼프는 ‘에너지동맹’으로 협상”
한반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선(11월 5일)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미수,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판세는 더 혼미해졌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등판하더라도 외교안보 정책 등은 바이든 노선을 따를 것으로 내다본다. 즉 한국의 미래는 ‘바이든 2.0 대 트럼프 2.0’의 대결 구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차기 미국 정부의 방향성과 이런 파고를 뛰어넘을 윤석열 정부의 대책을 한·미 관계 전문가 5명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은 “어느 정권이 들어설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준비가 탄탄해야 한다”며 “민주당 집권 시 ‘핵공유’ 수준의 북핵 대비책을 요구하고, 트럼프 집권 시 ‘에너지안보 동맹’과 같은 빅 카드로 협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반도 안보 - “‘나토식 핵공유’ 추진…핵무장은 거론 말아야”
발등의 불은 한반도 안보 지형의 급격한 변화다. 북·러 군사 밀착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자체 핵무장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은 “민주당 집권 시 한국군 전투기에 미군 핵무기를 탑재하는 ‘나토식 핵공유’ 방식을 추진하고, 전술핵 탑재 핵잠수함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등 실질적인 ‘핵우산’ 정책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트럼프가 당선돼도 핵무장은 국제사회의 반대로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그러면서 “핵연료 농축 재처리시설은 원전 수출 등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미국에 ‘비핵보유’를 전제로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기엽 한미동맹재단 고문(전 주호놀룰루 총영사)은 “워싱턴은 자체 핵무장을 ‘동맹 불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윤 정부가 거론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해 서둘러 추진 중인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연내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SMA는 2026년 이후부터 적용된다. 이와 관련, 마상윤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은 “트럼프는 SMA를 뒤집을 수 있다”며 “최대한 협상해야겠지만, 통상과 연계해 미국산 제품이나 자원을 더 많이 사오는 게 현실적”이라고 짚었다. 김현욱 소장도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기여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 대선 이후 북·미 관계도 변수다. 마상윤 회장은 “이렇다 할 대북정책이 없었던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김정은과 직접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과 같은 잠정적인 목표에 만족한다면 우리로선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 형태로 한국을 패싱하면 벗어나기 어렵다”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건 문재인 정부도 운전대를 잡진 못한 것 같다. 미국을 우리 생각과 논리대로 움직이도록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안보 - “투자한 건 수익 내야…트럼프와 빅 카드 협상”
대미 투자도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칩스법) 등 보조금 및 세제 지원 정책의 연속성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전기차, 2차전지, 반도체 업계에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세현 서울시립대 교수(전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는 “IRA·칩스법 등 경제안보 이슈를 방위비 분담금이나 미국의 대중국 견제 등과 따로 떼놓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트럼프와 협상할 수 있는 ‘빅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트럼프는 에너지 산업(셰일오일·가스 개발과 수출)을 중시한다”며 “알래스카 등 미국 내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 투자와 유럽·제3국에서의 에너지 인프라(LNG 터미널) 공동건설 등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에너지 수출국 중 유일한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인 한국은 ‘에너지 안보 동맹’을 맺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원전 수출 걸림돌인 지적재산권 문제도 이를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이미 투자한 건 수익을 회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더 투자하는 건 실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며 “비즈니스맨이기 때문에 미국에 투자한 걸 손해 보도록 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한·미 간 통상 마찰도 예상된다. 트럼프 1기 때처럼 FTA 재협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 안세현 교수는 “미국 입장에선 자동차 수입 관세 인상 외엔 다른 카드가 마땅하진 않지만, 기업 차원에서도 자동차 가격 인하 등 대비가 필요하다”며 “물가로 고통받는 서민 경제를 생각할 때 민생과 밀접한 농수산물도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기엽 고문은 “바이든의 모든 정책에 반대하는 ‘ABB(Anything But Biden)’ 경향이 가장 강한 분야가 경제”라며 “그런 만큼 트럼프와 물밑 접촉을 서둘러야 한다. 미국 내 인맥이 잘 형성된 대기업과 각계 인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미·중 경쟁 - “미에 반대급부 요구…중 반발 막을 카드 챙겨야”
차기 미 정권의 ‘중국 때리기’도 한국에 난제다. 한국에 동참을 원할 경우 “버티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석희 원장은 “방법론상 차이가 있지만,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한국에 동참을 요구할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 수출이 막히는 반도체 등과 관련해 미국의 첨단 기술을 얻어내는 등 국익 관점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상윤 회장은 “중국 시장 접근이 차단될 경우, 기업도 정부도 신뢰할만한 제3국 시장 등 숨 쉴 공간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중국의 대만 침공도 잠재 위협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역할 재편과 한국군의 역할 강화를 요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원장은 “대만 유사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며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기여할진 고민해보겠다는 식으로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기엽 고문은 “양 진영 모두 한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내 군사적인 기여를 바랄 것”이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 때처럼 크게 반발할 수 있는 만큼 대중국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전략적 요충지에 유사시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과 핵잠수함이 정박하고 작전을 전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카드를 쥐고 있으면 중국은 두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진 국제부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남에 '로또 3000개' 뜬다…당첨 확률 높이는 공략법 | 중앙일보
- '한예종 전도연' 임지연, 술집 마담됐다…내연남 애인한텐 "언니!" | 중앙일보
- 어머니 뱀꿈 꾸면 야반도주…"아버지 죽이고 싶었다" 이문열 고백 | 중앙일보
- 신유빈 품격에 일본도 반했다…"실력·예의 다 갖췄다" 찬사 | 중앙일보
- "관중석서 강제 입맞춤"…딸 금 딴 날, 아빠는 성추문 먹칠 | 중앙일보
- "당장 삼성폰 사겠다" 분노한 태국…결국 사과한 애플, 무슨일 | 중앙일보
- '대흥사 벚꽃길' 내년부터 못 본다…'땅끝마을' 해남에 무슨 일 | 중앙일보
- 손흥민 '신도림 조기축구회' 파격 입단…선배들 사이 주눅, 뭔 일 | 중앙일보
- 이게 왜 유행이지?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난리난 '기묘한 포즈' | 중앙일보
- 담배 뻑뻑, 문신 빼곡 그녀…2030 표심 잡을 '해리스의 비밀병기' [후후월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