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거대 화분들의 수상공원, 리틀 아일랜드
하이라인과 허드슨 야드 등 새로운 형태의 공공 도시 공간은 뉴욕의 최신 아이콘이 되었다. 이에 더해 2021년 완공된 인공섬 ‘리틀 아일랜드’는 21세기형 도시 공간의 정점이다. 55번 피어(pier·잔교)가 있던 강변에 사방 90m, 넓이 8100㎡의 수상공원을 창조했다.
리틀 아일랜드는 매립한 것이 아니라 인공 구조물을 강 위에 띄운 것으로, 정확히 말하면 섬이 아니라 견고한 데크다. 강바닥에 280개의 콘크리트 말뚝을 박고, 그 위에 ‘튤립’이라 부르는 화분 모양의 콘크리트 그릇 132개를 얹어 인공 대지를 만들었다. 이 ‘튤립’들은 수면 위 4.6m부터 18.9m까지 높낮이가 변하며 언덕과 평지를 이룬다. 흙을 담고 나무와 화초를 심어 정원을 만들고, 오르내리는 산책로와 오목한 야외극장과 평지 광장을 조성했다.
이 경이로운 수상공원의 설계자는 ‘영국의 다빈치’로 불리는 토마스 헤더윅이다. ‘떠 있는 인공섬’이란 개념은 허드슨 강변에 널려있는 잔교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다. 목조 피어들은 태풍에 파손되고 홍수에 쓸려갔으나, 리틀 아일랜드의 높낮이와 견고한 구조는 500년 주기 홍수에도 안전하다. 집안의 화분이 최소의 인공자연이라면 이를 대형화한 ‘튤립’은 거대한 인공자연이다. 이 ‘튤립 화분’들은 39종의 형태로 다양하고, 하나의 화분은 4~6개의 ‘꽃잎’이라는 부분 판들을 현장 조립한 것이다. 일상 속의 아이디어를 정교한 기술력으로 실현한 결과다.
이 프로젝트는 ‘딜러 앤 퓔스텐버그 재단’이 총 3억8000만 달러를 기부해 성사되었다. 10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이 수상공원을 뉴욕 시민들에 무료로 개방하며 동 재단은 향후 20년간의 유지보수까지 약속했다. 헤더윅의 과감한 아이디어도 재단의 선택이었다. 최근 ‘한강 노들섬 설계 공모’에서 헤더윅의 ‘소리풍경’안이 당선됐다. 노들섬은 이미 존재하는 섬이기에 인공 데크, 리틀 아일랜드와는 또 다른 명품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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