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의 마켓 나우] 올림픽에서 경제를 배운다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다. 깔끔하게 결정 나는 승부가 운동경기의 매력이다.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쉼 없이 연습하고 최선을 다해 싸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양궁·사격·펜싱 등에서 집중적으로 메달을 따며 선전하고 있다. 이들 경기는 육상이나 농구·배구 등 다른 종목과 달리 신체 조건이나 체력이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또 다른 공통점은 경기 규칙에 따라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점수를 얻고 이로써 승부가 갈린다는 것이다. 많은 운동경기가 점수로 결판나지만, 그 가운데서도 양궁·사격 등은 심판의 주관이나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적다.
올해 국내 프로야구에 처음 도입된 ABS(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는 특정 올림픽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이유와 유관한 효과를 내고 있다. ABS 도입으로 심판의 볼 판정을 둘러싼 시비가 크게 줄었다. 신인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여느 해보다 두드러져 세대교체가 가시화되는 큰 수확도 있다. ABS 이전에는 심판 판정이 유명 투수나 타자에게 어느 정도 유리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따지고 보면 국제 스포츠계에서 한국은 판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만한 기득권을 누리는 나라로 보기 어렵다. 힘과 세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주축국이 아니다. 압도적인 경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업에 비유한다면 거대기업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신생기업에 가깝다. 그렇지만 양궁·사격 등 판정 시비가 적고 공정한 스포츠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다.
글로벌화로 대변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 세계적 자유무역 추세에서 한국은 가장 큰 수혜자다.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이 줄어들면서 경제 싸움터의 경기 규칙이 한편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았고 심판의 편파판정도 점점 줄어들었다. 기업들이 날밤을 지새우며 경쟁력 제고에 매진하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공정한 여건이었다.
글로벌 차원에서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됐지만, 국내에선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 결과 한국 경제는 계속 늙어가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화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산업구조의 노화다. 수출구조를 보면 10년 전, 20년 전이나 주요 수출품목 구성에 변화가 없다. 새로이 대기업으로 부상하는 기업도 없다. 정부와 재계의 밀착 등 수많은 기업 관행과 규제가 새로운 기업, 새로운 산업의 출현을 막고 있다는 평가다. 양궁과 사격의 선전에서 배움과 동시에 카르텔과 인맥이라는 굴레에 갇혀 뒷걸음질 치는 한국 축구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공정한 제도의 바탕 위에 실력을 한껏 발휘하는 새로운 경쟁환경을 그려 본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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