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예술의 파격과 역사의 진보
100년 만에 다시 파리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은 센강을 배경으로 도시 중심부에서 펼쳐지는 독특하고 화려한 개막식을 선보였다. 심지어 성화봉송자가 집라인을 타고 센강을 건너는 놀라운 장면도 보았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개막식 화제는 따로 있었다. 대한민국을 북한으로 잘못 소개한 실수와 함께 이른바 ‘최후의 만찬’ 패러디 영상이 논란을 빚고 있다.
기다란 식탁에서 드래그퀸(여장남자)과 트랜스젠더 연예인들이 만찬을 즐기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몸을 파랗게 칠한 프랑스 가수가 그리스 신 디오니소스로 분장, 나체로 식탁 위에 올라와 “나체면 무기를 숨길 수 없다”라는 가사로 반전 내용 노래를 불렀다. 이 장면이 방송된 후 세계 곳곳의 보수 정치인들 및 종교계에서 기독교를 모독했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국제올림픽 위원회는 개막식 동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삭제했다.
미술사 입장에서 볼 때 이 현상은 무척 흥미롭다. 기다란 식탁에 둘러앉아 만찬을 즐기는 모습을 다룬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만 있는 게 아니다. 많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 작품들이 기독교와 관계없이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16세기 한스 로텐함머의 ‘신들의 만찬’(사진)이 그러하다. 디오니소스가 취한 모습으로 식탁에 올라와 있고, 아폴로 주위에 아테나·에리스·비너스·포세이돈 등의 신들이 앉아있다. 파리올림픽 개막식과 더더욱 상통하는 모습이다. 영웅 아킬레우스의 부모인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 만찬을 묘사한 이 장면은 루벤스 등 바로크 아티스트들이 즐겨 그린 소재였다. 다빈치의 벽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니라는 연출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를 모독했다는 논란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은 우리 의식을 지배하는 종교적 고정관념과 함께 상징적인 특정 예술작품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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