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 와중에…황이 뽐낸 ‘괴물칩’ 결함

어환희, 이희권 2024. 8. 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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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의심 받는 AI·반도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독점 중인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신제품 출시가 설계 결함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파죽지세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던 엔비디아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최근 거품론까지 제기된 AI 시장 전체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인다.

2일(현지시간) 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 B200’ 출시가 예상보다 최소 3개월 늦춰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설계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된 탓이다. 지난 3월 엔비디아가 공개한 블랙웰 시리즈는 ‘B100’, ‘B200’, 그리고 GPU(그래픽처리장치) 2개와 자체 CPU(중앙처리장치)를 결합한 수퍼칩 ‘GB200’ 등이 있다. 전작 ‘호퍼’보다 연산 속도가 2.5배 빨라져 일명 ‘괴물칩’이라 불린다.

매체는 “대만 TSMC 엔지니어들이 대량 생산을 준비하면서 결함을 발견했다”며 “엔비디아는 최대 고객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다른 클라우드서비스업체에 결함 및 생산 지연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주요 빅테크의 AI 개발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MS·구글·메타·오픈AI 등은 대규모언어모델(LLM), 챗GPT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 AI비서 및 자동화 개발을 위해 이미 수백억 달러 상당 블랙웰 칩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 4분기쯤 블랙웰이 본격적으로 데이터센터에 설치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출시 지연으로 내년 1분기까지 블랙웰 칩 대량생산은 어려워졌다. 매체는 “일부 업체는 내년 1분기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칩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기존 계획에 차질을 빚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뜩이나 투자 업계에서는 AI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천문학적 액수를 쏟아붓는 데 비해 수익이 미미하거나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인 세콰이어캐피털은 최근 보고서에서 “AI에 투자되는 모든 자금을 회수하려면 연간 약 6000억 달러(약 817조원) 매출이 창출돼야 하지만, 빅테크 실적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MS·메타·아마존·알파벳의 AI 관련 투자는 총 1060억 달러(약 144조319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투자 대비 수익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빅테크 7곳을 일컫는 ‘M7’(매그니피센트 7,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애플·엔비디아·테슬라)의 수익 증가율은 지난해 50%대에서 올해 약 30%로 떨어졌다.

‘AI 거품론’에도 빅테크들은 AI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는 “우리에겐 과소 투자 위험이 과잉 투자 위험보다 훨씬 크다. 우리가 과도하게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AI는) 분명히 우리에게 광범위하게 유용한 인프라”(올해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라면서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수익성 문제를 이겨내지 못하면 AI·반도체가 배터리 산업 뒤를 이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액과 비교해 실제로 벌어들인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는 올해 50억 달러(약 7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언 해먼드 골드만삭스 주식전략가는 “빅테크들이 막대한 AI 지출에 따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상황이 순식간에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어환희·이희권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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