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직전 어깨 탈구…여서정, 부상으로 삐끗
체조 간판 여서정(22·제천시청)이 4일(한국시간) 파리 베르시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여자 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3.416점을 받아 8명 중 7위에 올랐다. 예선을 4위로 통과한 여서정은 두 번 다 착지에서 중심을 잃고 말았다.
1차 시기에서 난도 5.4의 한바퀴반 비틀기를 시도했지만, 도마를 짚는 손이 미끄러졌고 착지 동작도 불안했다. 착지한 이후 몸이 한 발가량 앞으로 나갔다. 2차 시기에선 난도 5.0의 기술을 구사했지만, 이번에도 몸이 앞으로 쏠리고 말았다.
여서정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체조 전설 여홍철의 딸이다. 3년 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이 종목 동메달을 획득해 최초의 부녀(父女) 메달리스트가 됐다. 여서정은 한국 체조 사상 첫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경기 직전 부상을 입은 게 부진의 원인이었다. 여서정은 경기가 끝난 뒤 “두 시간 전 연습하다가 오른쪽 어깨가 빠지는 부상을 당했다. 부상 탓에 계속 긴장하면서 결선을 치렀다”고 밝혔다. 도마를 제대로 짚지 못한 여서정은 평소보다 점프의 높이가 눈에 띄게 낮았다. 착지 동작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서정은 “기권하면 더 아쉬울 것 같아서 일단 경기를 마무리 하고 싶었다. 크게 안 다치고 올림픽을 마쳐서 다행”이라며 “내가 잘 컨트롤했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아버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냥 수고했다고 하실 것 같다. 부모님도 연습 때 어깨 아픈 걸 아시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 결과보다는 그냥 많이 걱정하시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선 미국의 체조 스타 시몬 바일스가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내며 평균 15.300점을 얻어 금메달을 따냈다. 단체전, 개인 종합에 이은 이번 대회 3번째 금메달이다. 바일스 개인으로선 통산 7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북한 안창옥은 4위에 올랐다.
이날 경기에선 한국과 북한 선수 사이에 어색한 장면도 나왔다. 여서정이 연기를 마치고 들어오는 안창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려고 했는데 안창옥이 그냥 지나쳤다. 여서정은 “제가 (인사) 타이밍을 못 맞춘 것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여서정은 재충전을 한 뒤 2026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다시 몸을 만들 계획이다. 여서정은 “대표팀 이정식 감독님, 코치님들, 트레이너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린다. 2028 LA 올림픽보다는 아시안게임을 먼저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어 열린 남자 체조 안마 결승에 출전한 허웅은 14.300점을 기록, 7위에 올랐다. 한국 체조는 이번 대회를 노메달로 마쳤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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