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줄줄이 격파…안산공고, 전국대회 첫 정상
안산공업고가 대통령배 왕좌에 올라 24년 묵은 한을 풀었다.
안산공고는 3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제58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결승전에서 충암고를 5-4로 꺾고 창단 후 처음으로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0년 11월 창단한 안산공고 야구부는 이전까지 전국대회 결승에도 오른 적이 없었다. 대통령배에서도 2년 전 4강에 오른 게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그런데 올해 8강에서 우승 후보 덕수고를 13-3, 5회 콜드게임으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준결승전에서도 강호 광주제일고를 3-1로 물리쳤다. 결국 결승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간 끝에 전국대회 정상에 우뚝 섰다.
3학년 에이스 박상현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상과 우수투수상을 휩쓸어 안산공고가 배출한 첫 전국대회 MVP로 기록됐다. 특히 1점 차로 끝난 결승전에서 박상현의 투혼이 빛을 발했다.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박상현은 5이닝 동안 공 88개를 던지면서 5피안타 7탈삼진 2실점으로 막아낸 뒤 6회부터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꿔 경기 후반 구원 등판을 준비했다. 이어 안산공고가 8회 무사 만루 실점 위기를 맞자 1루수 미트를 내려놓고 다시 마운드에 복귀했다.
박상현은 이후 1과 3분의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하면서 고교야구 한 경기 투구 수 제한(105개)까지 남아 있던 17구를 채웠다. 승리의 발판을 놓고 역전 위기까지 틀어막은 그가 9회 1사 후 마지막 스트라이크를 던진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자 이날의 폭염보다 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송원국 안산공고 감독은 “박상현이 정말 모든 힘을 쏟아 공을 던져줬다. 눈물 나게 고맙다”고 말했다. 박상현은 “경기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남은 투수들과 야수들이 승리를 잘 지켜줄 거라고 믿었다”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승이란 걸 해보니 정말 좋다. 뭐라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했다.
안산공고가 배출한 최고 스타 김광현(SSG 랜더스)도 모교의 첫 우승에 뛸 듯이 기뻐했다. 그는 안산공고 3학년이던 2006년 4월 경동고와의 대통령배 16강전에서 8과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19개를 잡아내는 기록적인 활약을 펼쳤다. 김광현은 “오랜만에 고교야구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접전 끝에 후배들이 우승을 차지해서 더 기뻤다”며 “개인적으로는 고교 때 전국대회 4강이 최고 성적이었는데 후배들은 정말 값진 경험을 한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올해 대통령배 대회는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포항시에서 열렸다. 결승전 시구를 맡은 장상길 포항시 부시장은 “젊음과 열정이 넘치는 대회가 포항에서 열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많은 대회를 유치해 선수들이 포항시에서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항=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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