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차이로…김우진 3관왕, 한국 양궁 금 싹쓸이 드라마

김효경, 피주영, 고봉준 2024. 8. 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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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우승해 3관왕에 오른 김우진(오른쪽)이 혼성전 금메달을 합작했던 또 다른 3관왕 임시현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나폴레옹이 잠든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는 이제 한국 양궁의 성지가 됐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 양궁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등에 걸린 금메달 5개를 모두 휩쓸었다. 남자부 김우진(32·청주시청)과 여자부 임시현(21·한국체대)이 각각 3관왕에 오르며 한국 양궁의 위세를 떨쳤다.

김우진은 4일(한국시간)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대회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세트 스코어 6-5(27-29, 28-24, 27-29, 29-27, 30-30, 10-10)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준결승에서 슛오프 끝에 이우석(27·코오롱 엑스텐보이즈)을 물리치고 결승전에 오른 김우진은 단체전과 혼성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휩쓸면서 3관왕을 차지했다. 남자 양궁 사상 최초의 올림픽 3관왕이다. 이우석은 플로리안 운루(독일)를 6-0으로 꺾고 동메달을 땄다.

김경진 기자

결승전에서 만난 김우진과 엘리슨은 5세트까지 5-5로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단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가 벌어졌다. 김우진도, 엘리슨도 모두 10점에 맞혔지만 과녁 중앙에서 거리가 더 가까운 김우진이 힘겹게 승리했다. 불과 4.9㎜ 차로 승부가 갈렸다.

2016 리우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던 김우진은 통산 5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파리의 여왕’ 임시현도 3관왕…한국 총·칼·활로 금메달 10개


파리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오른 임시현이 ‘바늘구멍을 통과했다’는 의미를 담은 금메달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양궁의 김수녕과 사격의 진종오(이상 4개)를 제치고 한국 올림픽 최다 금메달(5개)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양궁은 2016 리우 올림픽 이후 8년 만에 전 종목을 석권했다. 당시엔 혼성전이 신설되기 전이라 금메달 5개를 따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또 최근 세 차례 올림픽에 걸린 13개의 금메달 중 12개를 가져오는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했다. 파리 올림픽에선 금 5, 은 1, 동 1개를 따냈다.

김우진은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안경을 썼다. 양쪽 시력이 0.3~0.4인 근시다. 안구건조증에 복합 난시도 있다. 하지만 무서운 집중력으로 핸디캡을 이겨냈다. 김우진은 “이렇게 긴장한 경기는 처음이다. 슛오프에서 마지막 한 발을 10점에 맞히고도 안심할 수 없었다”며 “제 개인의 승리가 아니다. 모두가 하나가 된 덕분에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숨을 멈추고 바라본 명승부였다”며 승리를 축하했다.

전날 벌어진 여자부 경기에선 ‘양궁 여왕’ 임시현이 2024 파리 올림픽 3관왕에 등극했다. 지난 3일 열린 대회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임시현은 동료 남수현(19·순천시청)을 7-3(29-29, 29-26, 30-27, 29-30, 28-26)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임시현은 단체전과 혼성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휩쓸면서 3관왕이 됐다.

시상식에서 그는 엄지와 검지로 작은 동그라미를 만들고 나머지 손가락 세 개를 펼쳐 ‘OK’를 형상화한 뒤 한쪽 눈에 갖다 댔다. 임시현은 3관왕을 뜻하는 건지 묻는 취재진에 “어떤 분이 ‘항저우에서 3관왕을 했는데, 바로 다음 대회에서 또 3관왕 하는 게 쉬울 것 같냐’고 했다. 그래서 (그 어려운) 바늘구멍을 통과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이다.

이번 여자대표팀 멤버 세 명 모두 올림픽 무대는 처음이었다. 팀의 에이스인 그의 부담이 컸고, 실제로 그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베테랑 언니들이 탈락하더니 내가 에이스가 돼 있었다”며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이 적지 않았지만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의 강점이라면 무던한 성격을 꼽는다. 대결 중인 상대가 몇 점을 쏴도 흔들림이 없다.

임시현은 “상대가 몇 점을 쏘든 내 경기를 하려고 했다”며 “(개인전 금메달 확정 후) ‘와 했네! 과정에만 집중하니까 진짜 되네’라고 생각했다”며 “단체전과 혼성전은 결과에 집중했다면 개인전은 과정에 집중하며 즐기려 했다. (4강전부터) 한국 선수끼리 경쟁해 둘 중 한 명이 올라가는 과정을 반복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4년 뒤 LA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추가하면 그는 한국 올림픽 출전 선수를 통틀어 최다 금메달 보유자가 된다. 그는 “4년 뒤 일은 아무도 모른다”며 “일단 지금을 좀 더 즐기겠다. 다음 목표는 김우진 선배처럼 꾸준한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과 사격·펜싱이 선전한 덕분에 4일 현재 당초 목표치(금 5개)를 훌쩍 넘는 금 10개를 따냈다.

파리=김효경·피주영·고봉준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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