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 내면 여야 양쪽서 원성…“선거 없으니 중도층 눈치도 안 봐”

강보현 2024. 8. 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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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에서 여야의 ‘대화 절벽’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방송 4법 중재안이 대표적이다. 우 의장은 지난달 17일 국민의힘에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중단과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를, 더불어민주당엔 입법 강행 중단을 각각 요구했다. 그러나 여당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7월 19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고 거부한 것을 넘어 우 의장이 몸담았던 민주당으로부터 더욱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8·18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최고위원 후보들은 “1분 1초가 급한데, 무슨 중단이고 원점이냐”(한준호), “지금은 싸워도 부족할 판”(민형배)이라며 앞다퉈 우 의장을 성토했다. 민주당에선 “‘개딸’에 구애하느라 국회의장의 중재 시도마저 비난 대상 삼았다”(재선 의원)는 씁쓸한 반응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내건 ‘순직해병 특검법’의 제3자 특검 추천안도 여권에서 비슷한 대접을 받았다. 한 대표가 7·23 전당대회 출마 선언 때 “제3자 추천 방식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하자 비(非)한동훈계가 ‘배신자 프레임’을 꺼낸 것이다. 당권 경쟁 과정에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20년 동안 키운 인간관계를 하루아침에 배신해도 되느냐”고 했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당론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개인 의견을 제시하는 건 금기처럼 돼버렸다.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검사 탄핵 추진 국면에서 기권표를 행사했다가 강성 지지층의 반발에 못 이겨 원내부대표직에서 물러났던 게 그런 경우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선거라도 있으면 벼랑 끝으로 가다가도 여론에 못 이겨 협상장에 나오기라도 할 것”이라며 “지금은 중도층 눈치를 볼 이유가 없으니 여야 모두 막 지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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