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 '오구 플레이' 징계 후 마침내 '첫 우승'…"물 뿌려준 동료들, 진심으로 감사"

최원영 기자 2024. 8. 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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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가 4일 제주 블랙스톤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의 물 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오구 플레이 관련 징계 해제 후 복귀한 윤이나가 세 차례 준우승 끝에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윤이나는 4일 제주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신인이던 2022년 7월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후 약 2년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우승 상금 1억8000만원도 손에 넣었다. 시즌 상금 7억3143만원을 빚은 윤이나는 상금 랭킹 2위로 올라섰고, 대상 포인트에서도 315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윤이나는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도중 15번 홀 티샷 후 러프에 빠진 공을 찾다가 자신의 볼이 아닌 다른 볼로 플레이를 이어갔다. 해당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알리지 않고 경기를 마쳤다. 이후 오구 플레이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윤이나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잘못을 인정했다.

대한골프협회는 2022년 8월 윤이나에게 3년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어 9월 KLPGA도 3년 출전 정지를 결정했다. 장타를 앞세워 떠오르던 신예 윤이나는 그렇게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이후 골프협회는 지난해 9월 윤이나의 출전 정지 징계를 3년에서 1년 6개월로 감경했다. 또한 KLPGA 역시 지난 1월 징계를 1년 6개월로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윤이나는 징계를 마치고 지난 4월 2024시즌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을 통해 복귀전을 치렀다.

윤이나가 지난달 12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2024 2라운드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올 시즌 윤이나는 총 14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3회, 3위 1회를 선보였다. 우승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그러다 15번째 대회에서 마침내 정상에 등극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이한 윤이나는 장타뿐 아니라 정교한 샷과 퍼트 실력으로 타수를 줄여 나갔다. 전반에만 3개의 버디를 골라내 5타 차 단독 선두로 달아났다. 1번 홀(파5)에서 칩샷을 2.4m, 6번 홀(파4)에서 50도 웨지 샷을 1.7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13번 홀(파3)에서는 티샷을 그린 옆 벙커에 빠트린 뒤 파 퍼트마저 놓쳐 보기를 적어냈다. 2위 그룹과 격차가 3타 차로 줄었다. 16번 홀(파3)에서도 티샷을 벙커에 빠트린 윤이나는 1.2m 거리의 파 퍼트를 넣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이나는 18번 홀(파5)에서 드라이버를 잡지 않고 유틸리티 클럽으로 티샷하는 안전한 방법을 택했고 파로 마무리하며 승리를 지켰다. 

우승 후 윤이나는 "선물 같은 우승이 찾아와 얼떨떨하지만 행복하다. 많은 긴장감 속에서 경기했는데, 옆에서 캐디가 긴장을 풀도록 도와줘 덕분에 즐겁게 경기할 수 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25개월 만의 우승이다. 챔피언 퍼트할 때 감정은 어땠을까. 윤이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골프를 할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우승 퍼트 순간을 맞이하게 돼 표현하지 못할 만큼 많은 순간이 머릿속에서 지나갔다"며 "짧은, 10cm도 안 되는 퍼트였지만 이걸 마무리하고 나서 생각하자고 다짐했다"고 돌아봤다.

루키 시즌보다 발전한 부분에 관해 묻자 "샷과 페어웨이 적중률이 좋아졌다. 최근 경기에서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샷을 이어 나갈 수 있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윤이나가 지난 5월 경기도 수원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4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티샷 전 갤러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자숙 기간도 회상했다. 윤이나는 "1년이라는 시간이 내게는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인생에 대해 고민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철학적인 생각도 많이 했다"며 "주변에서 엇나가지 않게,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도와주셨다. 옆에서 많이 응원해 주시고 계속해서 사랑해 주신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윤이나는 "잘못을 한 뒤 거의 3개월 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나가기 힘들었다"며 "부모님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는데 그때 부모님께서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힘든 시간, 부모님이 없었다면 못 버텼을 것 같다. 부모님은 내가 벌어온 돈이라고 한 푼도 못 쓰시는데 그래도 우승 상금은 부모님께 드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승 확정 후 동료들이 다가와 물을 뿌려주기도 했다. 윤이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너무 감사했다. 그 상황에서 물을 뿌린다는 것이 축하의 의미인 듯해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보다는 다른 선수분들이 조금 더 반갑게 인사를 받아준다. '수고했다', '잘했다'고 해주기도 한다"며 "앞으로 경기를 해나가면서 계속해서 선수들에게 조금 더 밝게 인사하고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언제쯤 눈물을 거두고 활짝 웃을 수 있을까. 윤이나는 "계속 경기하면서 골프선수로 살아가다 보면 점점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윤이나가 지난 4월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윤이나는 "올해는 우승이라는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복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선물이었고, 그로 인해 다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매 순간 감사한 마음으로 경기하고 있다. 매 샷을 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즐기면서 골프하는 게 목표다"고 힘줘 말했다.

윤이나는 "나중에 더 훌륭한 선수가 된다면 골프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 진심으로 생각 중이다"며 말을 맺었다.

윤이나에 이어 방신실, 강채연, 박혜준이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2위에 올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를 뒤로하고 한국 대회에 나선 디펜딩 챔피언 임진희는 8언더파 280타를 쳐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LPGA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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