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이네2'를 보라 누가 나영석을 의심하는가
[김종성 기자]
▲ <서진이네2>의 한 장면. |
ⓒ tvN |
여전히 나영석은 '의심'받는다. PD 경력이 20년이 훌쩍 넘었건만, 그의 능력과 성취는 과소평가되기 일쑤다. 항상 위기라고 불신받는다. 매번 비슷한 것만 만든다는 만성적인 비판에 시달리고, '자가복제'라는 날선 언어로 조롱을 받는다. 라이벌로 언급되는 김태호 PD에 비해 평가절하된다. 나영석이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돌이켜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영석의 필모그래피는 거침없다. '미다스의 손'이라 불릴 만큼 제작하는 프로그램마다 성공을 거뒀다. KBS2 <1박2일>부터 시작해서 tvN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신서유기>, <윤스테이>, <윤식당>, <스페인 하숙>, <뿅뿅 지구오락실>, <콩콩팥팥> 그리고 <서진이네>까지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나열하기도 벅찰 정도이다.
TV 예능뿐만 아니라 <출장십오야>, <나영석의 나불나불> 등 웹예능까지 보폭을 넓혔는데, 유튜브 '채널 십오야'는 구독자 수가 654만 명(8월 4일 기준)에 달한다. 호흡이 길 수밖에 없는 TV 예능에서는 '시즌제'를 본격적으로 성사시켰고, 유튜브에서는 숏폼 형식으로 제작해 다양한 포맷을 선보였다. 유튜브에 일찍감치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선각자라고 볼 수 있다.
선각자의 위용
소위 '사단'이라 불리는 후배 PD들을 양성하며 예능계를 점령하다시피 했다. tvN <현지에서 먹힐까?>의 이우형 PD, <환승연애>의 이진주 PD가 대표적이다. 지금 시점에서 <서진이네2>를 제외하고 가장 주목받는 예능은 염정아, 박준민, 안은진, 덱스가 출연하는 tvN <언니네 산지직송>인데, 연출을 맡은 김세희 PD는 <윤스테이>에서 나영석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런 성취를 인정받아 나영석은 지난 5월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남자 예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재석, 탁재훈, 침착맨, 기안84 등 쟁쟁한 경쟁자를 꺾은 터라 의의가 깊었다. 나영석은 "죄송스럽다"며 민망해 했지만, 연출자를 뛰어넘어 콘텐츠 진행자로 뛰어난 활약 중인 점을 고려하며 수상은 당연했다. 이처럼 나영석표 예능은 여전히 뜨겁고, 그 세계관은 공고하다.
"(내 체력이) 거기 까지더라. 그땐 왜 괜찮았을까. 멕시코 땐 진짜 멀쩡했어. 이번엔 <꽃보다 할배>보다 더 힘들어." (이서진)
<서진이네2>를 보면 나영석의 뛰어난 수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멕시코 바칼라르에서 K-분식을 알리더니 이번에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로 떠나 '서진뚝배기'를 열었다. 꼬리곰탕, 돌솥비빔밥, 갈비찜 등 재료 손질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 메뉴로 구성된 한식당이다보니 직원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프랩(prep)만으로도 하루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메뉴는 역시 이서진의 소울 푸드라 할 수 있는 '꼬리곰탕'이다. 10년 전, <삼시세끼>에서 커다란 가마솥에 소꼬리 뼈를 고아냈던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에서 신구와 백일섭을 위해 곰탕을 직접 끓여 대접했다. 당시 수줍어하며 "곰탕집을 차려야겠다"며 보조개 웃음을 짓던 순간이 떠오른다. 이처럼 역사가 있는 꼬리곰탕을 사장이 된 이서진이 판매하게 되다니!
온몸이 꽁꽁 어는 추운 나라에서 뜨끈한 한국식 굴물을 팔아보자고 제안했던 나영석의 노림수가 통한 것이다. 완벽한 스토리텔링 아닌가. 이서진은 긴가민가했지만, 장사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단체 손님이 쏟아졌고, 웨이팅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오픈런 인파에 현지 경찰까지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서진은 "우리도 그런 걸 좀 즐겨 보자"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일을 정말 미친듯이 해. 저런 인턴 처음 봤어." (이서진)
나영석의 신의 한 수는 인턴 고민시 영입이었다.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등 기존 멤버들은 이미 검증이 된 상황에서 입대한 뷔의 빈자리를 누구로 채울지가 관건이었다. 나영석은 과감하게 예능 경험이 없는 고민시를 발탁했다. 게다가 이서진과는 초면이었다. 예능은 초짜이지만, 식당, 카페, 웨딩플레너 등 다양한 경험을 한 고민시는 주방에서 맹활약을 펼쳐 이서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민시는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식당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앞서 재료 손질에 여념이 없다. 깍두기를 담그고, 밥을 짓고, 튀김을 튀겨내고, 돌솥비빔밥을 세팅한다. 동료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잽싸게 파악하고, 센스있게 처리한다. 첫날 영업이 마무리된 후 "화장실 갈까봐 물도 못마셨다"고 고백하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임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결과로 실력을 입증
히든 카드와도 같았던 고민시의 활약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고, 6월 4주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조사에서 <서진이네2>의 고민시가 1위를 차지하며 제대로 홈런을 쳤다. 그 덕분에 첫 회 시청률 6.88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고, 최고 시청률 9.211%(5회)까지 상승하며 독보적인 예능 1위로 자리잡았다.
이쯤되면 아직까지 나영석을 의심하는 시선이 있다는 게 더 놀랍다. 게다가 동시간대에 방영되며 화제를 모았던 김태호 PD의 JTBC < My name is 가브리엘 >과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가브리엘>은 0%대 시청률을 기록해 편성 시간을 옮겨야 했다. 물론 두 사람은 라이벌 관계라는 표현을 조심스러워 하지만, 어쨌든 성적표만 놓고 보면 나영석 PD의 압승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해서 극대화하는 뚝심. 이를 체계화시켜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능력. 예능의 앞날을 예측하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결단력. '할배'부터 '걸그룹'까지 세대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인간미. 매력적인 캐릭터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등용하는 선구안. 나영석의 예능은 여전히 새롭고 변화 중이다. 이제 나영석에 대한 의심을 거둬들일 때가 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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