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논란 복서’ 칼리프, 파리올림픽 동메달 확보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급에 출전 중인 이마네 칼리프(알제리)가 성별 논란을 딛고 준결승에 진출해 동메달을 확보했다.
칼리프는 4일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 복싱 66㎏급 8강전에서 헝가리의 언너 루처 허모리에게 5-0(29-26, 29-27, 29-27, 29-27, 29-27) 판정승을 거뒀다.
별도의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결승 진출에 실패한 두 선수에게 모두 동메달을 수여하는 올림픽 복싱 규정에 따라 칼리프는 최소 동메달을 확보해 이번 대회 알제리 선수단의 첫 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칼리프는 도쿄올림픽에서는 60㎏급에 도전했다가 8강에 그쳤지만, 이번에 체급을 올려 메달권에 진입했다. 결승행 문턱에서 칼리프와 맞설 상대는 태국의 잔자엠 수완나펭으로, 준결승전은 오는 7일에 열린다.
칼리프는 이번 대회에서 대만 출신 여성 복소 린위팅과 더불어 성별 논란의 핵심 인물로 조명 받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은 공통점이 있다. 칼리프는 당시 결승에 오른 상태였지만,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이 “칼리프와 린위팅은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으며 여성들과 경쟁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실격 처리해 우승 문턱에서 짐을 싸야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짓는 기존 방식은 부당하다”는 입장과 함께 “칼리프와 린위팅 모두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해 출전 자격을 따낸 만큼 올림픽 출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정했다.
논란 속에 대회에 나선 칼리프는 16강에서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의 코뼈를 주저앉히며 46초 만에 기권승을 따냈다. 8강에서는 허모리와 접전을 펼친 끝에 5-0 판정승을 거뒀다.
경기 직후 허모리는 “상대 선수에게 단 한 마디도 나쁜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지난 며칠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면서 “지금 상황이 내 올림픽을 망가뜨리지 않았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를 마친 이후엔 뿔이 달린 근육질의 괴물과 날씬한 여성이 복싱 경기장에서 글러브를 끼고 서로를 노려보는 그림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린 뒤 “칼리프가 여자 종목에서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이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글을 써 입장을 바꿨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 테슬라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 등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도 칼리프에게 올림픽 출전을 허용한 IOC의 결정을 비난했다.
논란이 확산 되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4일 프랑스 파리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칼리프와 린위팅에 대해 논란을 키운 IBA를 비판했다. “두 선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자랐으며, 여권에도 여자로 기재되어 있다”고 언급한 그는 “오랫동안 여자로 경쟁해 온 두 선수는 명확한 여자 선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길 바란다”면서 “모든 여성은 여성 대회에 참가할 인권이 있다”고 덧붙였다.
바흐 위원장은 “두 선수의 성별 논란을 촉발한 IBA와 IBA를 이끌어가는 러시아는 파리올림픽 이전부터 대회와 IOC의 명예를 훼손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올림픽에서 복싱을 보고 싶다. 하지만 복싱이 정식 종목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IBA를 대신하는) 새로운 단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IOC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칼리프에 대한 비난은 선수 학대 및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이와 같은 일들이 무차별적으로 벌어지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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