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대출금리↑, 예금금리↓…은행권은 '어부지리'
은행권의 여신(대출)ㆍ수신(예금) 금리 차가 벌어질 조짐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예금금리엔 반영된 반면, 금융당국의 가계 빚 관리 압박에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은행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5일부터 상당수 예금 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하한다. 단위기간 금리 연동형 상품 금리도 최대 0.15%포인트 낮아진다. KB국민은행 측은 “은행채 등 시장금리 하락 폭이 상당히 커 예금 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부터 만기 3년 이상 수신 상품 기본금리(가산금리 등 제외)를 최대 0.20%포인트 낮췄다. 적립식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각각 0.10~0.20%포인트, 0.05%포인트 떨어졌으며, 신한ISA정기예금도 16일부터 3.00%에서 2.95%로 내린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대출 금리도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은행권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과 반대로 대출금리는 오르는 추세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의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03~5.204% 수준으로 지난달 19일(연 2.840~5.294%)과 비교하면 하단이 0.19%포인트 높아졌다.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 연 4.030~6.548%) 하단도 0.07%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은행권이 주담대 변동금리 대출 상품 금리 산정 기준으로 삼는 코픽스가 3.520%로 유지된 것을 보면 이례적이다.
이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라는 금융 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KB국민은행은 2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일괄적으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두차례에 걸쳐 주담대 금리를 0.33%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올린 데 데 이어 7일부터 주담대ㆍ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추가 인상한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더 빠르게 하락하면서 예대금리차가 축소된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올해 1월 1.314%포인트에서 6월 1.094%포인트로 꾸준한 하락세였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인위적으로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예대금리차는 이달부터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면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쉽게 돈을 벌 수 있고, 금융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줄게 된다. 국내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은행권의 이런 '어부지리'는 이어질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면 한국의 시장금리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의 이자잔치를 규탄했던 정부가 되레 은행의 이자이익을 불려준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자 폭리를 막아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던 정부에서, 정부의 개입으로 은행의 이자 수익이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부동산 문제를 대출금리 인상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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