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의 즐거움

한윤희 2024. 8. 4. 18: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맨발 걷기는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윤희 기자]

최근, 여름 휴가 2박3일 일정으로 양양에 왔다. 첫날은 설악해변에 들러 바닷물에 어씽(맨발로 자연을 걷는 것)을 하고 둘째날은 설악산으로 갔다. 
 
▲ 설악해변 한여름 설악해변의 풍경
ⓒ 한윤희
 
긴 장마 기간이어서, 토왕성 폭포에 물이 흐르겠지 생각하고 토왕성 폭포 전망대로 가는 산책로를 선택해 올라갔다. 
울창한 금강송 솔숲을 지나고 설악의 전형적인 맑은 계곡에 접어든다. 설악산 계곡물은 어느 계곡이나 한결같이 맑고 푸르다. 바닥이 모두 암반으로 되어있고, 암산이라 장마철에도 흙탕물은 전혀 볼 수 없다. 육담폭포 쯤에 이르러 쉼터가 있어 쉰다. 옆에 턱수염이 나 있는 외국인이 보인다.
 
▲ 설악산 명상길 설악산 명상길에서 맨발걷기를 했다.
ⓒ 한윤희
 
대화를 하다보니 네덜란드 사람으로 직업은 엔지니어이고, 가족과 함께 2주 정도 휴가를 얻어 한국에 왔다 한다. 몇살이냐 물으니 31살이란다. 아내가 나는 몇살 정도로 보이냐 물으니 37살쯤 되어 보인다 말한다.

음, 내가 외국인의 눈에는 37살로 보인다고(실제로는 50대다)? 건강검진을 받아보면 뇌심혈관 지수는 동년배보다 10년은 젊다고 나오는데,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비룡폭포쯤에 이르러 토왕성 폭포전망대에 가려니 사람들이 폭포물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몇 년 전에 전망대까지 올라가 보았기에 토왕성 폭포물이 없으면 볼 필요가 없기에 돌아간다.

내려오다 보니, 등산로 앞에 다른 명상길이 보인다.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명상길을 걷는다. 명상길 코스는 그리 길지 않군. 신흥사 일주문으로 나오다 보니. 누군가 날 보고 있다.

뭐야, 인천에서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대학 과 동기이다. 이런 우연이. 동료들과 연수를 왔다고 한다. 이런 우연이. 반갑다. 산행하며 이렇게 우연히 안면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또 있었다.

남양주에 있는 불암산을 홀로 올라가고 있을 때, 한 때의 산악회 회원들이 내려오고 있다. 그 중에 안산에서 살고 있는 매형을 우연히 만났다. 이런 우연이 내 인생에서 몇 번 일어날지.

다음날 이른 아침. 양양의 숙소를 나와, 설악산 한자락 바람길 능선따라 맨발 걷기를 한다.

솔숲으로 끝없이 이루어진 산책길. 떨어진 솔잎을 지그시 밟으며 걸으니 발바닥이 자연과 숨을 쉬는 듯하다. 이 느낌. 무어라 표현할까. 인간도 원래 자연의 한조각이지만 맨발 걷기를 하는 이 순간은 자연과 하나임을 온전히 느끼는 순간이라 하겠다.

맨발 걷기를 하면 발바닥의 맨살이 솔잎, 나뭇가지, 돌, 흙, 거름 등 이런저런 자연의 감촉이 다가온다. 비 온 날은 촉촉함이, 맑은 날은 보슬한 자연의 감촉, 땅의 감촉이 발바닥을 타고 온몸으로 스며든다.

신발 신고는 느낄 수 없다. 단지 신발을 벗고 맨발로 땅을 디뎠을 뿐인데, 신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 신세계는 오직 맨발로 흙길을 걸을 때만이 느낄수 있다. 이 즐거움을 만끽한 것이 언제부터인가.

작년 이맘때쯤이다. 시골살이, 둘레길 등의 관심 있는 분야 키워드로 유튜브를 보자니, 관련 영상으로 맨발 걷기를 키워드로 하는 영상이 하나둘 보인다. 맨발 걷기가 뭐야. 건강에 좋다는 내용이겠지, 생각하며 별 관심 없이 지나쳤다. 그러다 자꾸 보이니 궁금해 맨발 걷기 영상을 한두 개 보게 된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도 나오고, 맨발 걷기로 여러 질병 등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례가 있었다. 좀 더 관심이 있어졌다. 

산책을 즐겨하는 나로서는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1년 반 정도 맨발 걷기를 해 보았다. 맨발 걷기로 암이나 질병이 안 생기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맨발 걷기를 하니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잠이 잘 온다는 것이다. 50대에 들어서니 언젠가부터 잠이 잘 안 오고, 잠이 오다가도 2시간이나 3시간 자면 깨어 잠이 안 오고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많았다.

전에는 나이를 먹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했는데, 맨발 걷기를 하니 그런 현상이 없어지고 5시간 이상은 스트레이트로 쭉 잠을 잔다. 또한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시원하고 개운하다.

사람이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 3가지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운동하는 것이다. 이 중에 잘 자는 것은 면역 및 질병 예방과 관련이 깊으니, 맨발 걷기가 잠만 잘 자게 하여도 만병통치약 임에는 틀림없다.

둘째는 재미있다는 것이다. 나의 여가 3락이 탁구, 독서, 산책인데 이 중에 산책을 가장 많이 한다. 산책 그 자체도 재미있다. 그런데 맨발을 벗고 흙길을 걸으며 산책을 하니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 그 즐거움은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의 즐거움이며 발 마시지의 즐거움이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말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은 중요한 가치이다. 어리석은 자는 시간을 주고 돈을 사지만 , 현명한 자는 돈을 주고 시간을 산다고 말했다. 한 번뿐인 인생,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즐겁게.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