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달래기 나선 두산 “사업재편으로 1조 확보해 원전 투자”

윤성민 2024. 8.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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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의 대형 가스터빈 최종조립 작업.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두산그룹이 주주서한을 통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명의로 5일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면서, 서한의 내용을 각 사 홈페이지에 4일 미리 게재했다. 지난달 12일 두산이 밥캣과 로보틱스 합병을 결정하면서 일반 주주들은 “대주주 배만 불리는 결정”이라며 반발해왔다.

알짜 자회사로 평가받던 밥캣을 로보틱스로 넘기게 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박상현 대표는 서한에서 “두산밥캣 분할 등 사업구조 재편이 이뤄지면 생기게 되는 1조원 수준의 투자 여력을 원전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5년 간 (최근 수주한)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밥캣 상실에 따른 배당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사업재편으로 마련하는 1조원을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할 경우 잃게 되는 배당수익보다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또 “(밥캣)분할 시 에너빌리티 주식수는 25% 감소하는 반면 기업가치는 10%만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재상장 시점 에너빌리티 주식의 주당 가치는 두 비율 차이만큼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스캇박 두산밥캣 부회장이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두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조종석을 없앤 무인 콘셉트 로더 '로그X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두산그룹

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두산밥캣의 스캇박 대표는 소형장비 사업에서 나타나는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 트렌드가 이번 합병 추진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그 근거로 건설장비 분야 글로벌 1위 업체인 캐터필러의 2020년 마블로봇 인수, 농업장비 글로벌 1위 업체인 디어앤컴퍼니의 2021년 베어 플래그 로보틱스 인수를 언급했다. 그는 “밥캣도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과의 기술적 협력을 추진해 오던 중 두산로보틱스와의 통합이 효과적 방안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밥캣 주주들의 주식이 로보틱스 주식으로 교환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로보틱스’ 이름의 주식으로 교환된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이 주식은 주식교환 이전의 로보틱스가 아니라 밥캣과 로보틱스가 실질적, 경제적으로 결합된 ‘통합법인’ 주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논란이 되는 밥캣과 로보틱스 합병 비율에 대해선 “법에서도 시가로만 교환비율을 산정하게 돼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로봇의 최대 시장인 북미, 유럽 시장에서 압도적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밥캣과 통합하면 고객에 대한 접점이 현재 대비 약 3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5년 내 매출 1조원 이상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주총에서 합병 결정


두산의 3사가 대표이사 명의로 주주서한을 보내기로 결정한 건 주주총회를 의식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음달 25일 열리는 (주)두산·에너빌리티·밥캣·로보틱스 주총에서 주주들의 투표로 분할합병이 결정된다. 한 곳에서라도 부결이 되면 두산의 분할합병 계획은 차질을 빚는다. 그런데 에너빌리티의 경우 소액주주 비중이 약 63%에 달한다. 소액주주 반발이 큰 상황에서 분할합병안의 부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분할합병은 주총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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