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차세대 AI칩 출시 연기’ 엔비디아…‘AI 거품론’ 불 지피나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독점 중인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신작’ 출시가 설계 결함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파죽지세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던 엔비디아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최근 거품론까지 제기된 AI 시장 전체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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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2일(현지시간) 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 B200’의 출시가 예상보다 최소 3개월 늦춰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설계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된 탓이다. 지난 3월 엔비디아가 공개한 블랙웰 시리즈는 ‘B100’, ‘B200’, 그리고 GPU(그래픽처리장치) 2개와 자체 CPU(중앙처리장치)를 결합한 수퍼칩 ‘GB200’ 등이 있다. 전작 ‘호퍼’보다 연산 속도가 2.5배 빨라져 일명 ‘괴물칩’이라 불린다.
매체는 “대만 TSMC 엔지니어들이 대량 생산을 준비하면서 결함을 발견했다”며 “엔비디아는 최대 고객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다른 클라우드서비스업체에 결함 및 생산 지연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왜 중요해
블랙웰 출시가 지연되면서 주요 빅테크들의 AI 개발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MS·구글·메타·오픈AI 등은 대규모언어모델(LLM), 챗GPT의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 AI비서 및 자동화 개발을 위해 이미 수백억 달러 상당의 블랙웰 칩을 주문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 4분기쯤 블랙웰이 본격적으로 데이터센터에 설치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연내에 블랙웰 판매를 통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출시가 지연되면서 내년 1분기까지 블랙웰 칩의 대량생산은 어려워졌다. 매체는 “일부 업체는 내년 1분기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칩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기존 계획에 차질을 빚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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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장은
가뜩이나 투자 업계에서는 AI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천문학적 액수를 쏟아붓는 데 비해 수익이 미미하거나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실리콘밸리 4대 벤처캐피털(VC) 중 하나인 세콰이어캐피털은 최근 보고서에서 “AI에 투자되는 모든 자금을 회수하려면 연간 약 6000억 달러(약 817조원)의 매출이 창출돼야 하지만 빅테크의 실적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빅테크들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자본 지출 규모는 지난해 보다 크게 늘었다. 자본 지출에는 AI 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2분기 자본 지출은 132억 달러로 전년 대비 91.4%, MS 역시 전년 대비 77.6%나 늘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MS·메타·아마존·알파벳의 AI 관련 투자는 총 1060억 달러(약 144조319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하지만 투자 대비 수익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IT 선두주자 빅테크 7곳을 일컫는 ‘M7’(매그니피센트 7,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애플·엔비디아·테슬라)의 수익 증가율은 지난해 50%대에서 올해 약 30%로 떨어졌다.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주가도 지난 2일 고점(6월 18일, 135.58 달러) 대비 20% 넘게 폭락하며 고전 중이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은 AI가 수익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 싶어한다. 이러한 분위기가 AI 투자에 대한 회의론과 시장 변동성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는
시장에 제기되고 있는 ‘AI 거품론’에도 빅테크들은 AI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는 “우리에겐 과소 투자 위험이 과잉 투자의 위험보다 훨씬 크다. 우리가 과도하게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AI는) 분명히 우리에게 광범위하게 유용한 인프라”(올해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라면서 AI 투자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다만 엔비디아 AI 반도체 공급망에 지연 문제가 생기면서 빅테크들의 AI를 활용한 수익화 모델 개발 일정에도 지연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빅테크들의 ‘탈 엔비디아’ 행보가 가속화 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애플은 자사 기기에 장착할 AI 모델을 학습시키는데 엔비디아의 GPU가 아닌 구글의 TPU(텐서 처리 장치)를 택했고, 오픈 AI도 최근 새로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사내 전담팀을 만들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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