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AI·반도체가 심상찮다...“이러다 배터리처럼 캐즘”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상반기 호실적을 거둔 반도체 업계에 하반기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시장 수요와 수익성 문제를 이겨내지 못하면 AI·반도체가 배터리 산업의 뒤를 이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①생각보다 잠잠한 소비자 수요
이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HBM을 제외한 일반 D램과 낸드 증산 여부를 둘러싸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5일 2분기 실적발표 직후 “PC나 모바일 등 일반 응용처 낸드 수요는 아직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일부 제품은 3분기 수요 환경과 고객 재고 상황을 고려하여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중반 줄어든 출하량을 계획 중”이라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소비자용 낸드 가격은 지난 2월 이후 반년 째 제자리걸음이다.
AI가 IT 기기 수요를 끌어올리지 못한 사이 미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가 반도체 업계를 덮치면서 인텔·SK하이닉스·엔비디아 등 관련회사의 주가폭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가 IT 시장을 바꿀 것이란 당초 기대와 다르게 더 이상 성장 여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온디바이스AI(내장형 AI)가 적용된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면 AI 서버 시장 홀로 버텨야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일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선두 TSMC가 하반기 모바일 시장 반도체 수요 약세에 대해 우려했다”면서도 “AI 반도체 등 서버 부문 매출에서는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 보도했다.
②AI, 거품론 이겨내야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올해 오픈AI는 AI 챗봇 ‘챗GPT’를 운영하기 위해 매일 70만 달러(약 9억7000만원)를 지출하고 있다. 반면 오픈AI가 챗GPT로 벌어들이는 돈은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수준. IT 업계는 오픈AI가 올해 50억 달러(약 7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 보고 있다. 생성 AI를 구동하기 위한 운영비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메타·MS 등이 대량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 GB200의 가격은 개당 7만 달러(약 9500만원)에 달한다.
라이언 해먼드 미국 골드만삭스 주식전략가는 “아마존·메타·MS·구글이 지난해 3570억 달러(약 486조원)를 투자했는데 대부분이 AI 쪽으로 할당됐다”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AI 지출에 따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상황이 순식간에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는 3분기 출시를 앞둔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생산이 당초 예정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AI 시장을 둘러싼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디인포메이션은 3일(현지시간) 엔비디아 블랙웰 B200에 설계상의 결함이 생겨 생산일정이 3개월 연기됐다고 전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기존 주력 제품인 호퍼를 대체하는 신형 AI 칩 시리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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