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회, 회장 선거 앞 잡음…'반대파' 시도회장 징계에 법정 다툼
대한노인회가 다음 달로 예정된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김호일 현 회장에 비판적인 시도연합회장들이 내부 징계를 받은 뒤 법정 다툼에 들어갔고, 노인회 안팎에선 김 회장의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식이다.
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노인회는 최근 상벌심의위원회를 열어 부산·경기·경남 등의 시도연합회장 7명에게 최대 6개월의 회원 자격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노인회 중앙회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 등이 적용됐다. 경비 사용 시 집행 절차를 어겼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호일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국 시도연합회 감사 결과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람들이 징계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징계 대상자들은 김 회장 측이 선거 전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각 시도연합회장이 노인회장 선출 시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다 시군구 회장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자리인 게 고려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시도연합회장 A씨는 "김 회장에 쓴소리를 해온 사람들만 징계를 받았다"면서 "일부러 선거 시점에 맞춰 반대파 회원 자격을 박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징계를 받은 시도회장들은 곧바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시도회장 B씨는 "노인회에서 제대로 된 소명 기회나 별도 이사회 의결 없이 상벌위만 내려 중징계를 내렸다"면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 법정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김호일 회장이 재임 중 노인회를 운영해온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인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김 회장이 노인회 후원 기업 등에게서 거액의 기부금을 받았지만, 회계 처리가 불투명했다"면서 "사법당국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한 시민단체도 수익사업 집중, 4월 총선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등 '파행운영'을 문제 삼으며 김 회장 퇴진을 촉구한 바 있다.
4년 임기 막바지인 김 회장의 연임 도전이 이번 갈등의 배경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 회장이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하진 않았지만, 노인회 안팎에선 연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회는 7일께 이사회를 열어 선거일을 이달 말로 앞당기는 방안 등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직 고민 중이지만, 노인회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내가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출마를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시도연합회장 징계 등을 선거와 엮는 건 언급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00만 노인을 대표하는 유일 단체의 파열음이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내홍이 커지자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자로 노인회에 공문을 보내 시도회장 징계 처분 등과 관련한 '선거 영향' 우려를 전달했다. 복지부는 "차기 회장 선거와 관련해 공정성, 투명성과 절차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거사무 전반의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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