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번 알려주며 "편히 씻으라"…'전기차 화재' 이재민 눈물흘린 사연

김지혜 2024. 8. 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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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로 전소된 차량. 연합뉴스


전기차 화재 여파로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단전·단수가 4일째 계속되면서 입주민들이 무더위 속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갑자기 이재민이 된 이웃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인근 주민들의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4일 인천시 서구에 따르면 지난 1일 전기차 폭발로 불이 난 1581세대 규모 청라동 아파트의 전체 세대에는 4일째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아파트 5개 동 480여세대에는 이날까지 전기 공급도 끊긴 상황이다.

서구는 복구 지연에 따른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복지센터와 학교 체육관 등 6곳에서 대피소를 운영하면서 피해 주민 313명을 수용하고 있다. 또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생수와 마스크·구급약 등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폭염 속 이재민이 된 이웃들을 위해 주민들도 나서고 있다. 샤워나 세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집과 차량까지 선뜻 내어줬다는 미담이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전해졌다.

임시 주거시설에서 생활한다는 한 이재민은 "인근 아파트 입주민 한 분이 휴가 중이라며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셔서 샤워와 빨래를 했다"며 "다음 주 목요일쯤 전기가 들어올 것 같다는 소식에 막막하지만 이런 따듯한 도움에 너무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이재민은 "이틀 동안 자동차가 없어 불편했는데 본인 차량을 세차까지 해서 빌려주신 분도 계시다"며 "그분이 '소형차라서 오히려 미안하다,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하면 된다'며 격려하는 말씀을 듣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지역 소상공인들도 피해 주민을 위한 휴식 공간을 마련하거나 과일·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온정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당초 서구는 이날까지 수도·전기 복구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화재로 약해진 수도관이 재차 터지는 등 현장 상황이 좋지 않아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 서구는 수도·전기 복구 완료 시점을 오는 6∼7일로 예상하면서도,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구 관계자는 "화재 발생 뒤 2∼3일이면 수도·전기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여러 어려움으로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응급 복구와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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