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염색체' 칼리프, 여자복싱 4강→동메달 확보…IOC 위원장 "명확한 여자로 정의 가능" [2024 파리]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에서 남성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가져 성별 논란에 휩싸인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가 66㎏급 준결승에 진출하며 동메달을 확보했다.
칼리프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6㎏급 8강전에서 헝가리의 언너 루처 허모리에게 5-0(29-26 29-27 29-27 29-27 29-27) 판정승을 거뒀다.
준결승에 오른 칼리프는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을 따로 치르지 않고 준결승에서 패한 선수에게 모두 동메달을 준다. 이로써 칼리프는 이번 파리 대회에 참가한 알제리 선수단에 첫 번째 메달을 선물했다.
더불어 2012년 런던 대회부터 도입된 올림픽 여자 복싱에서 알제리 최초의 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남기게 됐다.
직전 대회인 2020 도쿄 대회에서는 60㎏급에 도전했다가 8강에서 탈락했었던 칼리프는 체급을 올려 나선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 확보의 기쁨을 맛봤다.
준결승에 진출한 칼리프는 태국의 잔자엠 수완나펭과 한국시간 7일 준결승전을 치른다.
칼리프는 이번 대회에서 대만의 여자복서 린위팅과 함께 성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두 선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다.
당시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은 칼리프와 린위팅이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고 주장하며 두 선수의 실격을 강행했고, 칼리프는 결승전을 앞두고 짐을 싸야 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고, 규정에 따라 출전 자격을 따낸 만큼 칼리프와 린위팅의 이번 파리 올림픽 출전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IOC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운동할 권리가 있다. 파리 올림픽 복싱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대회 출전 자격과 참가 규정, 의료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라며 "이번 대회는 이전과 동일하게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과 나이를 정한다"고 알렸다.
논란 속에 대회에 나선 칼리프는 16강전에서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에게 46초 만에 기권승을 따냈다. 카리니는 칼리프의 펀치를 단 2방 맞고 항복을 선언했다. 8강전에서는 허모리와 3라운드 접전 끝에 5-0 판정승을 따내고 준결승행 티켓을 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칼리프와 포옹을 나눈 허모리는 "상대 선수에게 단 한마디도 나쁘게 말할 수 없다"라며 "지난 며칠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칼리프를 존경하고, 그에게 나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라며 "이런 상황은 칼리프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열심히 싸웠다. 지금의 상황이 절대 나의 올림픽을 망가뜨리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칼리프의 4강전 상대인 수완나펭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대결했던 선수다. 당시 칼리프는 수완나펭에 5-0 판정승을 거뒀지만 성별 논란으로 실격처분을 받으며 결승전을 치르지 못했다.
이번에는 성별 논란으로 인한 실격처분은 없을 예정이다.
지난 3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칼리프와 린위팅에 대해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권리를 가진 여성"이라고 밝히면서 "두 선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자랐으며, 여권에도 여자로 나와있다. 오랫동안 여자로 경쟁해 온 두 선수는 명확하게 여자 선수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못박았다.
또 "이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길 바란다. 모든 여성은 여성 대회에 참가할 인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선수의 성별 논란을 촉발한 IBA와 IBA를 주도하는 러시아를 겨냥했다. 바흐 위원장은 "러시아 측과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조직(IBA)은 파리 올림픽 이전부터 올림픽과 IOC의 명예를 훼손해왔다"라며 "앞으로도 올림픽에서 복싱을 보고 싶다. 복싱이 정식 종목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선 (IBA 대신) 새로운 단체를 꾸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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