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넘게 거짓신고, 과태료 80만원…112신고 처리법 한 달
지난달 3일 시행된 ‘112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112신고 처리법)’에 따라서 경찰에 거짓 신고를 해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가 시행 한 달을 맞은 4일 기준 4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서울 도봉경찰서는 지난 1년간 경찰에 시비, 욕설, 허위 내용 등으로 112에 최소 100건 이상 거짓 신고한 A(63)씨에 대해서 과태료 80만원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 내 112신고 처리법 첫 적용 사례다. A씨는 지난달 14일에도 “평소 연락하던 선배가 연락이 안 된다. 죽은 것 같다”는 등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허위 신고로 인한 행정력 낭비가 심했다”며 “A씨 신고 내용을 확인해야 하므로 다른 긴급한 처리 사항들이 뒤로 밀리는 등 치안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과태료 부과 사유를 설명했다. 애초 경찰은 A씨에 대해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했으나 사전 납부 등의 감경 사유를 적용해서 최종적으로 80만원의 과태료를 통지했다.
112신고 처리법은 범죄나 각종 사건, 사고 등 위급한 상황을 거짓으로 꾸며 신고한 사람에게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과태료 부과는 사전 통지 및 당사자 의견 제출 기간을 열흘 이상 가진 다음 과태료부과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결정된다.
A씨 사례와 같이 거짓 신고는 법 시행 후 전국 곳곳에서 적발됐다. 지난달 3일 강원도 삼척에선 “옆 사람들과 싸움이 날 것 같다. 죽고 난 다음에나 (경찰이) 올 거냐”며 욕설과 함께 거짓 신고를 한 53세 남성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됐다. 이 남성은 지난해 12월부터 112에 거짓 신고를 13건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 김해에서는 지난 4일 자신이 스토킹하던 옛 연인의 귀가 여부를 알기 위해서 ‘전 여자친구가 나를 밀쳐서 허리를 다쳤다’고 112에 거짓 신고한 사례가 적발됐다. 부산 해운대에서는 지난 8일 돈 문제로 평소 다투던 남성이 “나를 공격했다”며 거짓 신고한 58세 여성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됐다. 지난달 10일엔 자택에서 여자친구가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조건 만남을 하고 있다”며 경찰에 거짓 신고한 41세 남성이 적발됐다.
경찰청은 2020년 4063건에서 2023년 5155건 등 최근 5년간 112 거짓 신고 발생 건수에 비춰 유사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2837건의 거짓 신고가 적발돼 이미 지난해 전체 통계 건수의 절반인 2000건을 웃돌고 있다.
그간 거짓 신고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으로 형법 제137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경범죄처벌법 제3조등이 적용됐다. 그러나 경찰 등 치안 현장에서 “거짓 신고 때문에 전과자가 양산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현실적으로 유치장 수감보다 벌금형이 더 강력한 제재 수단”이라는 의견 등이 나왔다. 이런 의견 등을 반영해 112신고 처리법이 만들어졌다.
다만 지난달 3일 법 시행 시점까지도 어떤 상황에서 법을 적용하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세부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현장 혼선이 우려된단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경찰은 예규 등을 보완해 세부적인 법 적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에 지적됐던 예규 미비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며 “교육 활동도 함께 진행하는 등 현장의 법 집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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