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이유 묻자 "몰라요"…숭례문 인근서 청소노동자 살해한 70대 구속
서울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청소노동자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리모씨가 4일 구속됐다. 리씨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전 범행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모른다”고만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는 이날 오후 2시 리씨의 살인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리씨는 구속심사에 앞서 오후 1시8분쯤 검은 모자와 흰 마스크를 쓰고 법정으로 향했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는가’, ‘왜 범행을 저질렀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몰라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리씨는 ‘범행 도구를 어디에서 준비했는가’, ‘피해자에게 할 말 없는가’ 등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얼굴을 가리면서 “찍지 마요”라고 말하며 뒤로 물러서는 등 취재진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리씨는 지난 2일 오전 5시10분쯤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6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리씨의 범행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씨는 중구 용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로 지난해 5월부터 리씨와 알고 지낸 사이로 조사됐다. 리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에게 물을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해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리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태도를 고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리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 외에도 커터칼 등 평소 여러 종류의 날붙이를 소지하고 다닌 점을 확인해 이를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당일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을 갖고 리씨가 흉기를 갖고 온 것인지에 대해선 수사 중이다”라며 “‘피해자에게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고 한 리씨 진술에 비춰보면 묻지마 범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리씨는 무직으로 서울 용산구 소재 쪽방촌의 한 여인숙에서 홀로 지내며 노숙 생활을 병행해왔다고 한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추적을 진행해 사건 발생 3시간 40분 만에 리씨를 긴급체포했다. 지난 3일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서 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리씨는 마약과 음주 간이 검사에서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으며 과거 정신 병력 진단 기록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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