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권력 1위' 공산당 서기장에 럼 주석…"부패 척결 계속"

장윤서 2024. 8. 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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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이 지난 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공산당(CPV) 중앙위원회 서기장으로 선출된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베트남의 권력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에 이미 서기장을 대행하고 있던 또 럼(67) 국가주석이 선출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은 3일 오전(현지시간) 중앙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19일 별세한 고(故)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의 후임으로 럼 주석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공산당 일당 체제인 베트남에선 당 서기장이 국가 최고 지도자의 역할을 한다.

럼 서기장은 이날 중앙위원회 연설에서 쫑 서기장의 업적을 계승해 외교 정책의 변화 없이 사회경제적 발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쫑 서기장은 중국·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대외 경제 개방을 추진했다. 럼 서기장은 또 "앞으로도 반(反)부패 활동을 치열하게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안통'에서 주석으로, 두 달만 서기장까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조문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국가주석궁에서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 북부 흥옌성에서 태어난 럼 서기장은 1979년부터 공안부에서 40년간 근무한 '공안통'이다. 베트남 내 시민·인권 운동을 적극 진압한 강경파 인사로도 꼽힌다. 2016년 공안부 장관을 거쳐 지난 5월 22일 권력 서열 2위인 국가주석직에 올랐다. 그는 쫑 서기장 별세 전날부터 임시로 서기장 업무를 맡았다.

럼 서기장이 불과 두 달 만에 국가 서열 2위에서 1위에 오른 데는 쫑 서기장의 부패 척결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는 공안부 장관에 오른 지난 2016년 이후 반부패 수사를 주도하며 당 간부와 기업인 등 수천 명을 체포했다. 쫑 서기장은 '불타는 용광로'라는 구호를 내세워 해당 수사를 밀어붙이도록 지시했다.

동시에 럼 서기장이 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들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있다. 부패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과 팜 빈 민, 부 득 담 부총리가 사임했다. 올해에도 보 반 트엉 주석과 권력 서열 4위 브엉 딘 후에 국회의장, 5위 쯔엉 티 마이 당 조직부장 등 차기 지도자 후보군이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재커리 아부자 미국 국방대 교수는 럼 서기장이 반부패 수사를 무기 삼아 "정치국 내에서 서기장이 될 자격이 있는 경쟁자들을 체계적으로 쓰러뜨렸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현재 팜 민 찐 총리를 제외하면 럼 서기장이 권력 투쟁의 "최후의 생존자"가 됐다는 것이다.


"럼 서기장, 주석 겸직 시 판도 변화"


3일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또 럼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외신들은 공안부 경력을 바탕으로 1인자가 된 럼 서기장이 베트남의 집단지도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베트남은 공산당 서기장과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각각 서열 1~4위로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 프랑스 국방부 산하 군사전략연구소(IRSEM) 브누아 드 트레글로드 연구국장은 "럼 서기장은 공안부의 지원을 받는 극히 강력한 정치인"이라며 "우리는 서기장을 중심으로 한 권력 사유화 양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럼 서기장은 주석직에 오른 이후 같은 고향인 흥옌성 출신의 측근인 루옹 땀 꽝 공안부 차관과 응우옌 두이 응옥 당 중앙위 서장을 각기 공안부 장관과 공산당 중앙위원회 사무국장에 잇따라 발탁하며 권력 기반을 강화했다.

향후 럼 서기장이 국가주석직을 유지할지에 따라 베트남 정치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는 "럼 서기장이 주석직을 겸할 경우 자신의 권력을 강화해 중국의 시진핑 주석처럼 더욱 독재적인 리더십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쫑 서기장은 쩐 다이 꽝 주석이 사망하자 3년간 두 직책을 겸직한 바 있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은 럼 서기장이 서기장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산당이 새 국가주석을 지명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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