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 가장 매혹적인 주인공, 오텔로가 온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8월 18~25일 공연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버전으로 한국 들어와
서울 예술의전당은 주목할 만한 런던 로열 오페라 프로덕션을 여러 차례 국내에 소개해왔다. 프란체스카 잠벨로 연출의 '돈 조반니'(2006년), 데이비드 맥비커의 '피가로의 결혼'(2009년), 지난해 선보인 알렉스 오예의 '노르마'였다.
이달 18일부터 25일까지는 키스 워너 프로덕션의 '오텔로'를 오페라극장 무대에 5회 올린다. 2017년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의 오텔로 배역 데뷔작으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이 프로덕션은 영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오페라 연출가의 한 사람인 워너의 빛과 어둠을 대비시킨 강렬한 무대와 섬세한 연출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영상으로도 발매되었을 뿐 아니라 2022년에는 로열 오페라에서 재연도 이루어졌다.
베르디 16년만의 히트 오페라
친티오의 오텔로 이야기에서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살해하는 방식이 훨씬 잔인하며, 살인을 부인한 오텔로는 추방당했다가 아내의 인척에게 살해당한다. 데스데모나의 부정을 의심하게 만든 물건이 여기서는 ‘편지’였지만 셰익스피어는 이를 '손수건'으로 바꿔 오셀로로 하여금 훨씬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분노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자신의 엄청난 오류를 깨달은 주인공이 자결이라는 방식으로 처절하면서도 기품 있는 비극을 완성한 것도 셰익스피어 '오셀로'의 인기 비결이었다.
베르디의 ‘오텔로’가 밀라노에서 초연된 1887년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극이 유럽 오페라 계를 장악한 시기였다. 성악 선율 중심의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극적 효과를 창출하는 바그너식 독일 음악극이 대세였다. 이에 자극 받은 ‘오텔로’ 대본작가이자 오페라 ‘메피스토펠레’의 작곡가이기도 한 아리고 보이토는 ‘아이다’ 초연 후 16년간 후속 오페라를 발표하지 않은 베르디를 찾아가 끈질긴 설득으로 ‘오텔로’를 작곡하게 만들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숨쉴 틈 없이 몰아치는 불협화음과 함께 극적 긴장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이 현대적 베르디에 온 세계는 환호했다.
불안을 표현한 무대
그러나 곧 간교한 이아고의 계략에 빠져 의심의 고통으로 자신을 파괴해가는 오텔로의 모습은 지독하게 내향적이며 진정한 자기편이 아무도 없는 소외된 권력자의 내면을 드러낸다. 연출가 워너는 "베르디 비극오페라를 통틀어 가장 매혹적인 주인공"이라고 오텔로를 칭했다.
이번 연출가 워너는 오텔로의 심리적 불안을 검은색 무대와 높은 벽의 수직선들로 표현하는데, 그 벽의 이미지는 시간이 갈수록 조각조각으로 분열된다. 갈등이 정점에 이르는 3막 베네치아 대사 방문 장면의 무대는 강렬한 붉은 색이며, 살인과 자결이 일어나는 죽음의 4막은 데스데모나의 결백을 선언하듯 푸른빛을 띤 백색이다. 무대는 상징주의적이며 미니멀한 편이지만 르네상스 스타일에 현대성을 가미한 세련되고 아름다운 의상들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테너의 극한 배역, 오텔로에 이용훈
워너의 프로덕션에서 마치 악의 화신 같았던 이탈리아 바리톤 마르코 브라토냐가 보여줄 이아고에도 기대가 크다. 2022년 리바이벌 프로덕션에서 데스데모나 역을 맡았던 아르메니아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 역시 관객의 몰입도를 최고로 끌어올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 하나의 캐스트 역시 매혹적이다. 83년생인 루마니아 테너 테오도르 일린카이는 존 비커스나 플라시도 도밍고의 원숙한 오텔로 대신 일찍 출세한 패기 넘치는 용장의 면모를 힘찬 미성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데스데모나 역의 절절한 감정 표현에 능한 소프라노 홍주영, 유럽 무대에서 이아고 역으로 극찬을 받은 조지아 바리톤 니콜로즈 라그빌라바, 양팀 카시오 역을 노래하는 테너 이명현과 김범진도 주목할 만하다. 안나 네트렙코가 출연한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라 트라비아타’를 지휘한 거장 카를로 리치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노이 오페라 코러스와 CBS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한다.
이용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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