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확정 짓는 순간 "어? 했네"…'3관왕' 임시현의 비밀
한국 여자 양궁 간판 임시현(21·한국체대)이 '파리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이 돋보였다.
임시현은 3일(한국시간)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남수현(19·순천시청)을 7-3(29-29, 29-26, 30-27, 29-30, 28-2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과 혼성전에서도 정상에 오른 임시현은 3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3관왕에 올랐던 임시현은 명실상부한 최강자로 우뚝 섰다.
임시현은 시상식에서 동그라미를 만들고 손가락 세 개를 펼치는 'OK' 사인을 눈에 갖다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3관왕이냐'는 질문에 임시현은 "누가 (나에게) 항저우에서 3관왕을 했는데, 바로 다음 대회에서 또 3관왕을 하는 게 쉬울 것 같냐고 했다. 그래서 (그 어려운) '바늘구멍을 통과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여자 대표팀은 전원이 올림픽 첫 출전이었다. 에이스 임시현의 부담이 컸다. 그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베테랑 언니들이 떨어지고 에이스가 돼 있었다. 무게감을 느끼면서도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했다.
임시현의 강점은 무던한 성격이다. 상대가 어떤 화살을 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양창훈 감독은 " 엉뚱한 면도 있지만 예민하지가 않다. 물건 같은 걸 빠트려도 '어? 찾겠지'라고 받아들인다. 성격 자체가 워낙 낙천적이고 덤벙대지 않는 데다 꼼꼼하다"고 했다.
임시현은 "상대가 몇 점을 쏘든 내 경기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던 상황에서 나온 실수에 대해선 "너무 여유로웠나"라고 답하며 웃었다. 하지만 야간 훈련도 마다하지 않고 하루 수백발을 쏘는 연습벌레이기도 하다. 경기 뒤 눈물을 흘린 남수현과 달리 임시현은 밝은 표정을 지어 대비됐다.
임시현은 준결승에서 전훈영(30·인천광역시청)을 만난 데 이어 결승전에서 남수현을 만났다. 편안한 마음으로 남수현과는 '재밌게 즐기자'며 주먹을 부딪히고 경기를 하기도 했다. 임시현은 "'와 했네! 진짜 과정에만 집중하니까 되네'라는 생각을 했다"며 "단체전과 혼성전은 결과에 집중했고, 개인전은 과정에 집중하면서 즐겁게 경기하려 했다. 한국 선수들과 경기를 해서 한 명은 올라가니까 영광이고,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며 웃었다.
이미 한국 양궁 최초의 기록을 무수히 세운 임시현이다. 4년 뒤 LA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이상을 따내면 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할 수 있다. 그는 "4년 뒤다. 일단은 지금을 조금 더 즐기겠다. 다음 목표는 (김)우진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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