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3은2' 한국사격... '영광의 시대' 열렸다

양형석 2024. 8. 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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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로 역대 올림픽 최고성적 달성

[양형석 기자]

 3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10m 공기권총에서우승한 오예진(왼쪽), 10m 공기소총에서 우승한 반효진(가운데)와 10m 공기권총에서 2위를 기록한 김예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의 스포츠전문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와 영국의 슈퍼컴퓨터 등은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국의 예상 성적을 금메달 5개로 전망했다. 양궁 남녀단체전과 혼성단체전, 배드민턴 남자복식,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낼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스포츠 팬들에게는 다소 서운한 예측이었지만 이는 한국 선수단이 목표로 했던 '금메달 5개, 종합 15위'와 일치하는 성적이었다.

그리고 SI와 슈퍼컴퓨터의 예측에서 사격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격은 홀로 4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던 진종오가 은퇴한 후 한국의 주력종목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0도쿄올림픽 여자 25m 권총의 김민정이 은메달을 따내며 간신히 명맥을 이어왔지만 사실 진종오를 제외한 한국대표팀의 마지막 금메달은 2012 런던 올림픽 25m 권총의 김장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사격은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포함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하면서 양궁과 함께 이번 대회 최고의 효자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는 만16세의 여고생부터 세계인들의 극찬을 받은 걸크러시 스나이퍼, 만16세의 여고생 총잡이, 총을 쏠 때와 사격을 마친 후의 자세가 완전히 달라지는 선수 등 뚜렷한 개성을 가진 선수들이 즐비하다.

슈퍼스타가 이끌었던 한국사격

1984 LA올림픽까지 올림픽 무대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던 한국사격은 1988 서울올림픽에서 차영철이 남자 50m 소총복사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만 해도 사격의 메달은 홈 이점을 살린 '행운의 메달' 정도로 취급 받았다. 하지만 한국사격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여자 10m 공기소총의 여갑순과 남자 50m 소총복사의 이은철이 연이어 금메달을 따내며 새로운 효자종목으로 떠올랐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사격은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강초현이 대회 첫 날 은메달을 따면서 메달행진을 이어갔다. 비록 마지막 발의 실수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이는 오히려 강초현의 스타성을 부각시켰고 강초현은 금메달리스트 이상의 인기를 누렸다. 특히 은메달이 확정된 후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1등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사회적 인식이 퍼지기도 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리스트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보나가 여자 더블트랩에서 은메달, 트랩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50m 권총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진종오라는 불세출의 스타가 등장했다. 진종오는 이어진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50m 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따내면서 두 번의 올림픽에서 메달 3개를 수확했다. 그리고 이는 '진종오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12 런던 올림픽은 한국사격의 첫 번째 르네상스였다. 에이스 진종오가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을 석권하며 대회 2관왕에 등극했고 여자 25m 권총의 김장미도 금메달을 추가했다. 여기에 남자 50m 권총의 최영래가 진종오에 이어 은메달, 남자 50m 소총3자세의 김종현도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사격은 런던 올림픽에서만 5개의 메달을 수확하는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진종오는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50m 권총 3연패를 기록하며 최강자의 자리를 지켰고 김종현도 남자 50m 소총복사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진종오는 40대까지 선수생활을 하며 노익장을 발휘했지만 주종목인 50m 권총이 폐지되면서 2020 도쿄올림픽에서 10m 공기권총과 10m 공기권총 혼성종목에 출전해 노메달에 그쳤다. 여자 25m 권총의 김민정이 은메달을 따내며 홀로 한국사격의 자존심을 지켰다.

메달 5개 수확한 사격, 개성도 가지각색

10년 넘게 한국사격을 이끌었던 진종오라는 걸출한 스타가 은퇴하면서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사격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이따금씩 한국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경기를 치러야 하는 올림픽은 차원이 다른 무대다. 실제로 사격 대표팀 내의 목표와 별개로 한국 선수단에서 사격대표팀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사격은 대회 첫 날부터 10m 공기소총 혼성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박하준과 금지현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7월28일에는 여자 10m공기소통 결선에서 오예진이 금메달, 김예지가 은메달로 시상대의 가장 높은 두 자리를 채웠다. 특히 김예지는 SNS를 중심으로 과거영상들이 공개되면서 세계적으로 크게 화제가 됐다. 세계적인 부호 일론 머스크도 김예지의 영상에 답글을 달았을 정도.

29일에는 만16세로 이번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선수단에서 가장 어린 반효진이 대형사고를 쳤다.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국의 하계올림픽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한 것이다. 반효진은 앞서 10m 공기소총 혼성종목에서 한국을 꺾고 금메달을 땄던 중국선수에게 설욕하며 대한민국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여자 25m 권총 예선에서 김예지가 0점을 쏘는 해프닝 속에 결선진출에 실패했지만 '김예지 열풍'에 밀려 상대적으로 큰 기대를 받지 못한 양지인이 또 하나의 이변을 일으켰다. 양지인은 3일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올림픽 사격에서 나온 3번째 금메달이자 5번째 메달, 그리고 대한민국 사격의 통산 10번째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역대 하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반효진은 중2때 친구의 권유로 사격을 시작해 3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고 양지인도 중학교 때 수행평가 때문에 처음 사격을 접했다. 이같은 소식들이 널리 알려지면 사격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사격인구가 늘어나면 한국사격의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젊은 실력자들의 등장을 확인한 한국사격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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