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전도연' 임지연, 술집 마담됐다…내연남 애인한텐 "언니!"

나원정 2024. 8. 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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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과 누아르 호흡
“‘글로리’ ‘마당집’ 계산된 연기
‘리볼버’서 알 깨고 나왔죠”
영화 '리볼버'는 비리를 뒤집어쓴 채 교도소에 수감된 수영(전도연)이 2년만에 출소 후 약속한 대가를 주지 않는 자들을 응징하는 거침없는 여정을 그렸다. 배우 임지연이 교도소로 마중 나온 마담 윤선(사진) 역을 맡아, 수영의 감시자이자 조력자의 이중적 면모를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 글로리’(넷플릭스)의 금수저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 ‘마당이 있는 집’(ENA)에선 가정폭력 남편에 복수를 결심한 임산부 추상은. 지난해 독기어린 캐릭터로 연말 시상식을 휩쓴 배우 임지연(34)이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얼굴’을 빚어냈다.

7일 개봉하는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는 모든 비리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간 경찰 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미스터리한 남자 앤디(지창욱)가 약속한 돈 7억원과 자신의 아파트를 되찾으러 나선 여정을 쫓는다. 임지연이 연기한 정윤선은 출소한 수영을 유일하게 마중 나온 낯선 술집 마담. 윤선은 거액의 빚을 핑계로 수영의 적들에게 수영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지만, 그 사실을 수영 본인에게 낱낱이 고백한다.


내연남 애인한테 “이 언니 ‘에브리띵’ 맘에 드네”


알고 보면 윤선은, 수영의 죽은 연인이자 경찰 상사였던 임 과장(이정재)과 한때 내연 관계로도 밝혀진다. 그런데도, 연적 사이인 수영을 “언니”라며 따르고, 수영의 뭐가 맘에 드냐 묻자 “에브리띵(everything)”하며 헤벌쭉 웃는다. 너무 투명해서 오히려 종잡기 어려운 캐릭터를 임지연이 날 것 같은 연기로 설득해낸다.

각본을 겸한 오승욱 감독이 “얼굴을 특화시켜 찍은, 얼굴들의 버라이어티쇼”라 표현한 ‘리볼버’에서 임지연은, 전도연의 절제미와 정반대인 총천연색 빛깔로 스크린을 물들인다. 통화 상대에 따라 박쥐처럼 달라지는 목소리 연기도 묘미다.
“연기할 때 내 얼굴이 어떨지 상상이 안 되는 역할에 끌린다”는 임지연을 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리볼버'로 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임지연은 윤선에 대해 "무채색 영화에서 유일하게 화려한 인물"이라며 "하수영과 반대되는 느낌의 쨍한 색을 많이 입는다거나 화려한 액세서리를 많이 착용한다거나 높은 하이힐에 색깔이 들어가 있는 긴 양말 등 독특한 아이템을 많이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에게 ‘리볼버’는 “나한테 마담 역할을?” 하고 제안에 놀랐던 작품. 한국예술종합학교(연기과 09학번) 재학 시절 ‘한예종 전도연’을 자처할 만큼 “동경해온 선배와 인물 대 인물로 한 작품에서 호흡할” 기회이기도 했다.

“오승욱 감독, 전도연 선배의 영화 ‘무뢰한’(2015) 팬”이라 밝힌 그는 “많이 배우고 질문할 작정으로 참여했는데 감독님이 ‘윤선은 그냥 너다. 느껴지는 대로 하라’더라”고 돌이켰다. “연진이는 모두 계산된 연기”라고 할 만큼 “계산과 인물 분석에 철저했던” 그가 ‘리볼버’를 만나 “처음으로 현장의 공기, 하수영이 주는 에너지에 느껴지는 대로 반응하며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학창시절 ‘한예종 전도연’ 자처…한 작품 영광”


배우 전도연(왼쪽)과 임지연이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리볼버'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리볼버’를 두고 “처음 ‘알’을 깨고 나온 작품”이라 표현했다. “저로선 굉장한 용기였다. 연기 잘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나 혼자만 못하면 어쩌지, 걱정과 불안이 컸는데 처음으로 ‘한번 놀아볼까’ 용기 냈다”면서 “생각보다 내가 감각적이고, 동물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배우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인기 몰이중인 스타 배우의 의외의 고백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항상 커서 좌절도 많이 했거든요. 근데 윤선은 쥐뿔도 없으면서 자존감이 높아요. 지연아, 너 충분히 매력적인 배우니까 나를 조금만 더 사랑하자. 이런 행복감에 눈뜬 것도 윤선의 영향이죠. 어제 시사를 보며 ‘내가 저렇게도 그려지는구나’ 새로운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같은 날 인터뷰한 오승욱 감독은 ‘더 글로리’를 본 뒤 윤선 역에 임지연을 낙점했다고 했다. “상업 데뷔작 ‘인간중독’(2014)도 대단히 좋게 봤지만 안 봤던 모습을 ‘리볼버’에 그리고 싶었다”면서 “전도연과 ‘배트맨과 로빈’의 관계라고 설명하니 지연씨가 재밌어 하더라.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좌충우돌하며 배트맨을 더 힘들게도 하는 캐릭터”라 덧붙였다. “난 딱 요만큼만 언니 편이에요” 말할 때의 적나라한 연기를 명장면에 꼽았다.


전도연 “임지연 ‘언니!’ 할 때 공기 바뀌는 느낌”


영화 '리볼버'에서 윤선(왼쪽, 임지연)은 죽은 임 과장(이정재)이 연인 수영(전도연)에게 남긴 위스키를 들고 수영을 찾는다. 수영을 스스럼없이 대하면서도 수영의 동선을 낱낱이 수영의 적들에게 보고하는 모습을 조금의 죄의식도 없이 드러낸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전도연은 영화사와 사전 인터뷰에서 “윤선이 처음 수영을 마중나왔을 때 팔랑거리는 나비처럼 ‘언니!’ 하는 순간 공기가 바뀌는 느낌이었다”고 임지연을 첫 등장신부터 칭찬했다.

임지연 역시 “촬영 직전 5분간 말없이 제 눈을 응시하던 전도연 선배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이 에너지를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칸의 여왕’ 전도연을 향한 자신의 팬심을 윤선스럽게 변주했다. “윤선은 이용하고 배신하는 게 일상이다. 뭐 뜯어낼 것 없나, 하고 수영한테 접근하는데 생각보다 이 언니가 너무 쿨하고 멋있어서 반한다”면서 “전도연 선배가 원톱이고 저는 귀여운 서브다. 여성 서사, 여성 간의 케미스트리를 관객들도 알아봐 주시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또 “영화에서 윤선과 수영의 얼굴 조합이 너무 좋았다. 언론시사 후 기자간담회 사진보고 전도연 선배님한테 ‘저희 너무 닮지 않았냐’고 몇 번이나 말했다”며 웃었다.


송혜교 손편지 “빛나는 지연이”…공개연애 이도현은


영화 '리볼버'(사진)는 '무뢰한'(2015)으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에 초청됐던 오승욱 감독이 배우 전도연에 영감을 얻어 다시 뭉친 작품으로, 임지연은 오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눈여겨보고 캐스팅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재난영화’(2011)로 데뷔한 임지연은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2016)의 순진한 탈북 여성 역할로 첫 주연을 맡았다. 697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 코미디 ‘럭키’(2016) 등 화제작이 많았지만, 여성 배우들과 합이 유독 좋았다. ‘더 글로리’의 송혜교, ‘마당이 있는 집’의 김태희 등이다. 송혜교는 ‘더 글로리’ 팀과 함께 참석한 ‘리볼버’ VIP 시사에서 “언제나 빛나는 지연이가 스크린에서 빛나더라”고 쓴 손편지까지 건넸다. “언니들 응원이 뭉클하다”고 임지연은 전했다.

그는 이날 “입이 큰 편이라 뭐든 맛있게 먹는 것에 자신 있다”며 소탈한 모습도 보였다. “먹으면 살 찌고 잘 붓는 편이라 운동을 엄청 한다. 많이 할 땐 아침에 필라테스 1시간, 헬스장 웨이트트레이닝 2시간, 저녁에 산책이나 러닝까지 한다”고도 했다.
올해 ‘파묘’로 천만흥행을 거둔 배우 이도현과 ‘더 글로리’ 이후 공개 연애 중인 그는 군 복무 중인 이도현에 대해 “일에 관해 크게 터치 안하지만, 서로 응원 많이 하는 고마운 존재”라 조심스레 밝혔다.


“제 매력? 조각한 것처럼 예쁘지 않아…다양한 색깔”


영화 '리볼버'에서 임지연의 움직임은 다채롭다.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산길 장면에서 겁없이 굴다가도 하이힐을 신은 채 흙길을 기는 장면은 즉흥적으로 나온 연기. 초반부 교도소 마중 신에서 검사를 놀리듯 자유자재로 사진 포즈를 취하는 장면도 애드리브였다고.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스스로의 매력을 묻자 “조각한 듯이 예쁘진 않은 게 매력인 것 같다”고 꼽았다. “혜교 언니는 너무 예쁘잖나. 저는 그렇지는 않다”면서 “대신 다양한 색깔의 얼굴이 있다. 엄청 착해 보이다가도, 악해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바보 같은 면, 남자 같은 모습도 있다. 목소리 톤도 다양한 게 장점”이라 했다.

차기작은 조선시대 배경의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으로, 가짜 신분으로 정체를 감춘 법률 전문가 '옥태영'을 연기한다. “요즘 사극을 촬영하며 예전에 출연한 사극을 다시 보고 있다. (미숙했던 모습이) 미칠 만큼 괴롭지만 참고 본다”는 그는 “현장에서 어떻게 힘을 빼고 줘야 하는지, 내 매력이 뭔지 찾아 캐릭터 입히는 과정을 알아가면서 연기가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현장에서 상대와 더 많이 호흡하며, 용기 있게 내 자신을 더 믿어보고 싶어요. 생생하고 유쾌하고 코미디 요소가 많은 영화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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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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