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금투세 완화' 우측 깜빡이 켠 이재명의 노림수
실용주의 정당으로 변화 모색 '가능성'
대여투쟁 강공·정책은 유연 '투트랙' 전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금융투자세(금투세) 완화 등을 언급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기본소득을 주창하는 등 진보적인 색채가 강했던 이 후보가 당내에서 금기시됐던 의제 등을 적극적으로 제시한 탓에 당 안팎에서는 배경과 노림수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여권에서조차 ‘놀라운 변신’이라고 평가한 이 후보의 정책 노선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깜짝 놀라게 만든 이재명의 변신
지난달 10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이 후보는 "종부세는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 저항을 만들어낸 측면도 있다"며 "근본적으로 검토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투세와 관련해서도 "근본적으로 증권거래세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하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시기 문제에 있어서는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종부세 전면 재검토, 금투세 유예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후 이 후보는 당대표 후보 토론회를 거치면서 종부세나 금투세와 관련한 언급을 늘리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논의해볼 수 있다는 정도로 거론했던 이 의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됐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 텔레비전 토론에서 "종부세든 금투세든 마치 신성불가침한 의제처럼 무조건 수호하자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고 본다"며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서 잘못된 부분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와 관련해 "실제로 사는 집이 올라서 비싸졌다고, 거기에 이중 제재를 당한다고 생각하면 억울할 것 같다"며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금투세에 대해서는 "정부가 원하니 일시적인 시행 시기 유예는 필요할 수도 있겠다, 논의해보자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KBS에서 진행된 토론에서는 종부세와 관련해 "조세는 국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이지 개인에게 징벌을 가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점에서 반발이 있다는 현실을 우리가 인정하자"며 "1가구에 대한 실거주 1주택에 대해서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부세의 징벌적 성격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금투세에 대해서도 "면세점을 좀 올리는 것, 이런 것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5년 동안 연간 5000만원, 2억5000만원 이상을 벌어야 세금 대상이 되는데, 이것을 연간 한 1억원 정도로 올려 5년간 5억원 정도 버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주자"고 제시했다. 30일 JTBC 토론에서도 이 후보는 종부세와 관련해 "실제로 거주하는 1주택 1가구에 대해서는 저항까지 감수할 필요가 있냐"며 "지난해 이들에 대해 부과된 종부세가 900억원밖에 안 된다는데 종부세에 갇혀서 정치적으로 압박받을 필요가 있냐"며 적극적인 입장을 개진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유승민 전 의원은 이 후보가 금투세 면세 한도를 늘리자는 제안을 한 것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한 기본소득, 기본 주거, 기본금융 등 기본사회를 외치는 사람이 갑자기 감세를 말한다"며 "이 후보가 신자유주의 감세론자로 둔갑한 착각마저 든다"고 놀라워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이 이렇게 돌변하다니 좌파 진영 내부의 입장부터 정리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어떤 의도로 움직였을까.
당 안팎에서 나오는 설명은, 이 후보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의 노선 변화를 이끌려고 한다는 것이다. 대선후보나 당대표가 아니기에 소신을 드러내 당내 토론을 이끌려고 한다는 것이다. 캠프 한 관계자는 "이 후보가 당대표 후보로 나서면서 정책 비전이나 담론 등과 관련해 본인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담을 수 있다 보니 이번에 그런 부분을 얘기한 것"이라며 "논쟁적인 지점들에 있어서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그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정책 의총 등을 거쳐 타협점이나 결론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는 당내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념적으로 가는 게 과연 생산적인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전대 이후에도 이런 의제들이 추진될지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지만 정책 등에 있어 책임성을 갖고 국정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 후보가) 책임 있는 정책 의제를 던진 것으로 본다"며 추진 의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에서는 결국 금투세 법 등도 연말 세입 부수 법안이 될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이 후보의 의중과 민주당 내 접점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진영 내 저항이 큰 종부세 등을 제시한 것도 다음 지방선거를 둘러싼 복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방선거에서 승패의 분수령이 되는 서울시장 선거나 구청장 선거 등에서 악재가 될 수 있는 종부세 의제를 조기에 매듭짓고, 종부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기에 불식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당원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되는 전당대회에서 당내 노선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이 후보가 이미 민주당 내 확고부동한 지지를 얻고 있다 보니 외연 확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 내전'의 저자인 유창오 정치평론가는 "전대 등의 경우 지지층의 결집이 중요하지만, 이 후보의 경우에는 지지층 결집이 확고하다 보니, 그다음 단계인 중도 외연 확장을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지지층이 확고하다 보니 이 후보는 종래의 정치 문법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유 평론가는 "이 후보의 경우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보니 대선 일정 등을 앞당겨야 하고, 이를 위한 정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치적 현안에서는 강경하게 하되 정책적 부분은 더욱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치공학적으로는 중도층을 공략하기 어렵다 보니 정책적 측면에서 중도층과의 접점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대선 준비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유 평론가는 이 후보의 이런 선택이 민주당의 노선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민주당이 2010년 이후로 복지국가를 내세우면서 사민주의 모델을 추구했는데, 세계사적으로 보면 이미 많이 지나서 좀 벗어난 측면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서 벗어나야 하는 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념형에 가까웠다면, 이 후보는 현실적인 부분이 강해 흐름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적 이념에 치우쳤던 민주당을 중도, 실용적 성격으로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관건은 이런 변신이 지속될지 여부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종부세나 금투세와 관련해 이 후보가 의제를 제기한 것은 정치적으로 잘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런 변화가 민주당의 당론 변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전당대회 이후 종부세 등에 대한 진보 진영 등의 반발을 뚫을 정치적 의지를 보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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