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골프채' 받은 현직 부장판사…2심도 알선수뢰 무죄, 왜
사업가 지인에게 사건 청탁을 받고 골프채 세트가 든 가방을 선물받은 혐의를 받는 현직 부장판사에게 항소심도 무죄가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이창형)는 지난달 25일 알선수뢰 혐의로 기소된 김모(55) 부장판사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수천만원 골프채 수수’로 언론보도… 알고보니 37만원어치
김 부장판사는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9년 2월 22일 인천의 한 식자재마트 주차장에서 10년간 알고 지낸 지인 권모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권씨로부터 골프채 세트와 골프백, 과일선물세트 7개를 받은 혐의로 2022년 기소됐다. 권씨는 사기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실형도 살았던 사람이다.
김 부장판사는 얼마 뒤 이 골프채 세트와 가방을 권씨에게 다시 돌려줬지만, 권씨 주변인 중 한 명이 2020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글을 게시하고 2021년 언론에 보도되며 공론화됐다.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으로 법원 내부 징계에 회부돼 감봉 3개월, 징계부가금 104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골프채가 수천만원대 명품으로 알려진 ‘Honma’가 아니라 ‘Humma’라고 적힌 가짜라고 결론을 냈다. 감정가는 골프채 13개 합쳐 37만원, 골프백 15만원이었다. 과일값까지 포함해도 김 부장판사가 수수한 금액은 77만 9000원 상당이었다.
경남 진주 출신인 김 부장판사는 고향 친구를 통해 2010년경 권씨를 처음 알게 됐다. 이후 꾸준히 친분을 유지하며 급전을 빌리거나 권씨의 법적분쟁에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인 변호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건 권씨가 김 부장판사에게 자신의 재판 중인 사건과 관련해 여러 차례 물어본 적이 있고, 김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사건검색 시스템에서 권씨의 사건을 검색해본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검찰은 별도 수사에서 권씨가 지속적인 사건 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것이라고 봤다. 여러 형사‧민사 사건에 얽혀 있었던 권씨가 유리한 처분이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김 부장판사에게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수천만원대의 골프채인 줄 알고 골프채를 받았다며 알선수뢰 혐의로 기소했다.
또 권씨의 사건을 법원 내 전산에서 검색해본 데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도 더해졌다. 정당한 접근 권한이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 권한을 넘어 법원 내 정보통신망인 사건검색·판결문 검색 시스템에 침입했다는 이유다.
“‘잘보이면 도움되겠지’정도로는 알선수뢰 안돼”
특히 “골프채는 육안으로 보더라도 진품과 전혀 다른 가품인 데다 중고품으로, 감정가 기준 개당 3만원 미만”이라며 “10년 넘는 기간 친분을 고려할 때 77만 9000원은 반드시 목적이나 대가가 결부돼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에도 무죄를 선고했다. 코트넷 사건검색 시스템은 유출을 금지할 뿐, 조회는 금지돼있지 않은 데다 외부에서 볼 수 있는 내용과 상당수 동일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며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받을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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