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00발, 주7일 활 쐈다…끝내 울어버린 양궁 막내 남수현
하루에 수백발씩 쏘면서 모든 걸 뜯어고쳤다. 피나는 노력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예를 세계적인 선수로 바꿔놓았다. 여자 양궁대표팀 막내 남수현(19·순천시청) 이야기다.
남수현은 3일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임시현(21·한국체대)에게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남수현은 첫 올림픽에서 두 개의 메달을 차지하며 '샛별'로 떠올랐다. 양창훈 여자 대표팀 감독은 "수현이가 앞으로 10년은 더 할 수 있다. 시집을 가더라도 계속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며 흐뭇해했다.
사실 남수현은 파리올림픽 전까지 전혀 알려진 선수가 아니었다. 대다수 선배들이 '여고생 궁사'로 이름을 날린 뒤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과 달리 고교 때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2월 순천여고를 졸업하고, 순천시청에 입단한 뒤 3월에 열린 선발전을 통과했다. 그리고 평가전에서 3위에 올라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태극마크를 단 뒤 남수현은 모든 걸 바꿨다. 조준, 핑거 그립, 현은 물론 자세까지 수정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익숙해진 걸 바꾸는 게 쉽지 않았지만 남수현은 이를 받아들였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남수현은 "감독님 말씀으로는, 내가 중학생 자세였는데 지금은 실업팀 자세라더라. 이제 어른이 된 것"이라며 웃었다.
대표팀은 '주 6일 훈련'이라 일요일엔 쉰다. 하지만 남수현은 진천선수촌에서 먼 집에 다녀오는 날을 빼고는 활을 놓지 않았다. 하루 400발 정도 훈련을 하지만 야간 자율 훈련까지 하면 600발 정도도 우습게 쐈다. 선배 임시현은 "수현이는 진짜 연습벌레다. 훈련량이 진짜 많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올림픽 경험이 없는 선수들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 그 중에서도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남수현을 바라보는 시선은 비관적이었다. 양창훈 감독조차 "이렇게 잘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다. 단체전이 끝나고도 개인전에 집중하기 위해 부모님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그런 노력은 결과로 이어졌다.
남수현은 결승전이 끝난 뒤 눈물을 터뜨렸다. '져서 분해서 운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고 답한 남수현은 "참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너무 고생했고, 자랑스럽다'고 말을 해서 터져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한 즐기면서, 내가 준비한 걸 다 보여주자는 게 목표였다. 그걸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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