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15분, '좀비'처럼 버틴 안바울..."동료들 생각에 힘 내, 이긴다는 생각만 했죠" [2024 파리]
차승윤 2024. 8. 4. 07:02
"저희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여기 있는 선수들 말고도 함께 훈련했고, 후보 멤버로 함께 했던 선수들 생각이 정말 많이 났죠."
안바울(30·남양주시청)은 독하게 버텼다. 결국 팀 맏형인 그가 소중한 단체전의 첫 메달을 가져왔다.
한국 유도 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재경기까지 가는 혈전 끝에 4-3으로 승리하고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1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 생긴 단체전 메달을 한국이 따낸 건 처음이다.
말 그대로 혈전이었다. 한국은 개인전 메달리스트인 김민종, 허미미, 김하윤이 승리했으나 나머지 3경기를 모두 패하며 재경기(7차전)를 치렀다. 무작위로 결정되는 재경기 체급의 결과는 73㎏. 바로 안바울이었다.
한국에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안바울의 개인전 체급은 66㎏. 경기 규정에 따라 73㎏에 출전은 가능했으나 단연 불리했다. 실제로 안바울은 단체 5차전에서 이고어 반트크를 상대로 연장전(골든스코어) 끝에 패한 상대다. 한 체급 위를 상대로 그는 정규시간 4분, 연장 5분 38초까지 버텼지만, 끝내 절반을 내주며 졌다.
다시 만나서도 안바울의 전략은 다름 없었다. 안바울은 이번에도 반트크를 상대로 끈질기게 버텼다. 시작부터 골든 스코어로 치러지는 재경기에서 안바울은 무려 5분 25초를 버텼고, 그 사이 반트크가 지도 3개를 쌓으면서 반칙패로 마감했다. 버티고 버틴 안바울의 승리였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타난 안바울은 "너무 좋다. 나 혼자 한 게 아니고 다 함께 노력해서 딴 올림픽 첫 단체전 메달이라서 그렇다.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바울은 이미 패자부활전에서도 한 체급 위 상대와 12분 37초 혈투를 벌인 바 있다. 2경기 합쳐 무려 27분 40초나 버텨낸 거다. 한 경기 정규시간이 4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 혼자 7경기에 가까운 시간을 썼다고도 볼 수 있다. 한 체급 위 상대들이 그를 넘어뜨리려 하고, 맹렬히 기술을 걸어도 그는 버티고 버텨 끝내 승리했다.
안바울은 "체력은 솔직히 괜찮다. 그저 우리가 노력한 만큼 그 결과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고 새각했다"며 "여기 있는 선수 말고도 함께 훈련했던, 또 후보 멤버로 함께 한 선수들이 정말 많이 생각났다"고 전했다.
안바울은 무작위 추첨에서 자신의 체급이 나왔을 때도 "'그저 이겨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만 했다"고 떠올렸다.
안바울은 이번 단체전 수상으로 3회 연속 메달 수상의 기록을 썼다. 개인전 66㎏급에 출전했던 그는 16강에서 탈락한 바 있다. 안바울은 "어느 때보다 준비를 잘하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전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단체전 동메달로 조금이라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고 답했다.
한국 유도 선수가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바울은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오랫동안 대표팀으로 뛰면서 올림픽을 3번이나 왔고 메달도 따게 돼 감사하다. 마지막 메달을 팀으로 함께 딴 메달이어서 더 의미있다. 동고동락하며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 동료와 메달을 따니 그간의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기뻐했다.
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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