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기술개발보다 기업의 첨단기술 활용해야”
중소, 중견 IT 기업 참여 환경 만들어야
군 IT사업 주도할 전문 조직 신설 필요성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정학적 긴장에 따라 각국이 군비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각국은 군비 확장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당장 유럽의 경우 스웨덴은 중립국 지위를 버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면서 올해 국방비를 2020년 대비 두 배가량 증액했다.
이런 분위기에 K-방산은 호재를 맞았다. 방산 수출은 2022년에는 약 173억달러(약 22조5000억원), 2023년에는 130억달러(약 16조 9000억원), 그리고 2024년에는 200억달러(약 28조원)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짧은 기간 이룩한 눈부신 성장이다. 반면 부족한 분야도 있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항공우주산업 분야는 미국이나 러시아, 유럽보다 약하다. IT도 마찬가지다.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신부장을 지낸 박순상 국방정보통신협회 회장을 만나 우리 군 IT의 현주소에 대해 들어보았다.
박 회장은 K-방산 수출 성과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방산 관련 국내 IT 수준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축적된 기술이 없다는 의미다. 박 회장은 “개인 전투용 무전기 사업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상용 구매로 방향을 전환했다”며 “지휘관, 참모 중심의 기동 간 통신을 담당하는 FM 무전기는 제대로 운용을 해보지 못하고 폐기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전투용 개발보다 상용구매 선택을
그는 해외 방산기업들과 비교해 우리가 뒤처져 있는 몇 가지 기술을 꼽았다. 대표적인 기술이 애드혹(Ad-hoc)이다. 애드혹은 기지국 같은 통신 인프라를 사용하지 않고 단말기 간에 직접 통신을 하는 방식을 말한다. 전시, 항공기, 선박, 재해·재난 등 외부와의 통신망이 단절된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네트워크망을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유·무인 복합기술도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마넷(MANET· Mobile Ad-hoc Network)’이라 불리는 전투원 중심 차세대 네트워크 체계와 공중 드론 자산과의 네트워크 연동이 가능한 ‘파넷(FANET·Flying Ad-hoc Network)’ 체계다.
박 회장은 외국과 격차가 가장 큰 기술은 광대역 소프트웨어 정의 무선(SDR·Software Defined Radio)이라고 지적했다. SDR 방식은 송수신기의 주파수 대역, 변복조 방식, 출력 전력 등을 하드웨어 교체 없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기술을 말한다.
우크라이나, 아마존서 장비 구입해 활용
박 회장은 “국내에서 20년 가까이 개발하다 실패한 SDR 장비를 이제는 아마존에서 불과 몇백 달러면 구매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지휘소 식별에 실제 사용한 위치식별 SDR 수신기는 499달러, 약 67만원에 인터넷에서 구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하는 최신 기술을 전장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군은 마넷(MANET)을 기업에서 구입해 각 전투플랫폼에 맞게 적용했다”면서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낭비를 줄였다”고 강조했다.
국내 방산 IT 분야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박 회장은 “국내에서 개발한 디지털 전술통신체계(SPIDER)와 전술정보통신체계(TICN)의 경우 개발 기간만 20년이 소요됐으며 개발 기간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규격화, 목록화 등의 제도가 족쇄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우리 군은 SPIDER을 대체하기 위해 TICN 사업을 진행했다. TICN 사업 4조5000억원을 투입해 국산 와이브로 기술을 적용해 지휘통제 및 무기체계를 유·무선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말한다.
특정 업체 독식은 IT 전력 발휘 걸림돌
박 회장은 국내 IT 중소, 중견기업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군 통신장비를 도입할 때 3~4개의 회사 제품을 목적에 따라 구분해 도입한다”면서 “특정 업체가 생산까지 독점하는 방식은 첨단 IT 전력 발휘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전문적인 조직 구성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미 국방부는 산하에 영상정보 관련 IT를 다루는 조직을 만들고 있고 육군은 지휘, 통제 및 통신-전술 프로그램 사무국(PEO C3T)을 두고 군 IT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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