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수의계약 ‘해역’에서 표류 중인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
KDDX사업에 변수로 작용할까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대형 해상시험선의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을 수행할 사업자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하면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이 해상시험선 사업의 기본설계를 했던 한화오션을 따돌리고 상세설계 수주를 따낸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그간 기본설계를 한 사업자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도 수의계약으로 맡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방사청 산하기관에서 이에 반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방사청의 논리와 명분이 흔들리게 됐다.
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ADD가 지난달 29일 조달청을 통해 일반물자인 ‘대형 해상시험선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 경쟁입찰 공고를 낸 결과 HD현대중공업이 1순위에 선정됐다. 사업 규모는 1255억원이다. 입찰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뛰어들었고 여러 평가를 거쳐 HD현대중공업이 수주에 성공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대형 해상시험선 수주 결과가 KDDX 사업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향후 방사청이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결정하는 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방사청은 KDDX 사업자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할지, 경쟁입찰로 할지에 대한 판단을 아직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함정 건조사업을 진행할 때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에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이에 따르면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는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이 수의계약에 따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대형 해상시험선 사업의 경우 기본설계는 한화오션이 수행했음에도 ADD가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HD현대중공업에게 역전의 기회가 주어졌다. 방사청의 암묵적인 원칙을 방사청 산하 기관인 ADD가 깨버리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한화오션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우리는 수의계약을 주장하지 않고 경쟁입찰에 동의했다”면서 “사업자 선정을 경쟁입찰로 진행한 것은 우리나라 최고의 국방 전문연구소인 ADD에서 함정사업도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및 함 건조를 분리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함정사업은 선도함이 곧 전력화 대상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서 하도록 별도 규정을 두고 있다고 반박한다. 방사청 개청 이후 18번의 함정 연구개발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해왔다는 주장이다. HD현대중공업은 ADD가 발주한 대형 해상시험선은 방산물자가 아닌 일반물자이기 때문에 경쟁입찰이 원칙이었을 뿐 KDDX와는 다른 성격이라고도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은 “대형 해상시험선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에는 발주기관의 요청에 따라 참여하게 됐다”면서 경쟁 결과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한화오션)와 경쟁해 1.2점 이상의 기술 점수 차이로 수주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장외에서 신경전을 이어가는 데도 별다른 입장 없이 침묵하고 있다. 방사청은 경찰이 현재 KDDX 사업 기밀 유출 건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했는지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 사업자 선정 방식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왕정홍 전 방사청장이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는지에 대한 수사 결과가 최대 관심사다.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정하면 또다시 HD현대중공업에 대한 특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지난달 말쯤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방사청이 사업자 선정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국민일보 2024년 7월 5일자 단독보도 참조)했지만, 경찰 수사는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방사청이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KDDX 사업도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인 미니 이지스함(6000t급) 6척을 발주하는 것으로 총사업비만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했고,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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