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규제로 中잡겠다는 EU…불똥 튄 K배터리 "정보 부족"

최선을 2024. 8.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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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코트라가 지난 6월 독일 뮌헨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인터배터리 유럽 2024' 전시회를 열어 유럽 시장에 한국 배터리의 기술력을 알렸다. 사진 코엑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공급망·친환경 분야의 새로운 통상규범 대응 마련에 분주하다. 향후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개별 기업 차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우려한다.

EU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을 발효했다. 2027년부터 EU에서 영업하는 기업은 자사뿐 아니라 협력사 활동까지 인권·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조사하고 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EU는 지난 2월엔 배터리 원자재의 재활용 최소 비율을 설정한 ‘배터리 규정’을 시행했고, 5월엔 ‘핵심원자재법’(CRMA)을 발효했다.

유럽 시장을 공략 중인 K배터리 기업들은 광범위한 규제가 잇따르자 긴장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 A업체 관계자는 “공급망 실사 지침에 따라 업스트림 전 범위의 협력사를 실사 관리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 걱정”이라며 “공급망 관리를 위해 각 규정의 성격에 맞는 대응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또 EU 배터리 규정에 따르면 2031년부터 배터리 원자재의 재활용 최소 비율을 납 85%, 코발트 16%, 리튬·니켈 6% 등으로 맞춰야 한다. 이에 기업들은 사용 후 배터리의 재활용 방안도 고민 중이다. SK온은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와 손잡고 폐배터리 재활용 등에서 협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내 배터리 3사는 호주 등에서 리튬·흑연 조달을 강화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박경민 기자


핵심원자재법은 전략적 원자재의 제3국 의존도를 낮추는 법이다. 2030년까지 코발트·리튬·흑연 등 EU 전략적 원자재 연간 소비량의 최소 10%를 역내에서 채굴하고, 최소 40%를 역내에서 가공하는 게 목표다. 또 특정 국가에 대한 전략적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연간 소비량의 65%를 넘지 않아야 한다. 핵심원자재법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어 국내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유럽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이 타격을 받으면 우리 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어서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 규제로 미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자 유럽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22년 34%에서 지난해 42%로 확대됐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55%로 더 높았으나, 중국의 공세 강화로 점유율은 줄어드는 추세다. 국내 배터리 3사는 헝가리와 폴란드에 2026년까지 180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 생산시설을 확보하며 대응하고 있다.

다만 국내 기업들도 중국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점은 문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향후 핵심원자재법에 근거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정책이 수립됨에 따라 실질적인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며 “국내 배터리·전기차 산업에 사용되는 원자재의 가공과 정·제련 공정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사전에 원자재의 수입 지역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는 지난달 1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신통상규범 대응방안 점검’ 간담회에서 이같은 어려움을 전달했다. 기업들이 호소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정보 부족이다. EU가 최근 추진하는 법들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규정이 많아서다. 예를 들어 공급망 실사 지침과 배터리 규정에서 겹치는 내용이 있으면 어떤 규정을 따라야 하는지 등이 모호하다는 얘기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아직 선언적 규범이라 디테일 파악을 위해 현지 법인이 EU 정부에 문의해도 만나기가 어려워 답답한 상황”이라며 “현지 로펌이나 인증기관에서도 100%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정부 차원에서 EU와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특히 중견·중소 기업들은 대기업처럼 외부 컨설팅을 받기도 어렵다며, 정부에 체계적인 준비 지원을 건의했다. 윤선영 산업부 신통상전략과장은 “EU 통상규범 관련 기업들의 질문을 받아 Q&A를 발간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등은 애로사항이 있을 때 자유무역협정(FTA)·통상 종합지원센터 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정부 차원에서 EU와 꾸준히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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