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뱀꿈 꾸면 짐 쌌다…‘빨갱이 아버지’가 새긴 원죄
■ 추천! 더중플 - 이문열, 시대를 쓰다
「 누구보다 큰 사랑을 받았고, 누구보다 격렬하게 미움 받았던 작가 이문열. 오늘의 '추천! 더중플'은 '이문열, 시대를 쓰다'(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22)입니다. 이문열의 회고록 가운데 그의 뿌리가 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추려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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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남긴 연좌제라는 유산
1950년 9월 아버지가 월북했을 때, 나는 생후 2년 3개월에 불과했다.
나는 아버지의 얼굴도 몰랐다. 어머니가 몇장 안 되는 아버지 사진을 모두 찢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공산주의 부역은 우리 가족에게 원죄처럼 씌워졌고, 끊임없이 경찰의 소재 파악에 시달려야 했다. 어머니는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꿈이나 이빨이 뭉텅 빠지는 꿈을 꾸면 그날로 이사를 서둘렀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야반도주나 다름없었다. 버들고리짝 하나와 이불 보퉁이, 부엌살림을 담는 사과 궤짝, 나와 여동생의 책 보따리가 살림의 전부였다. 세 들어 살던 집주인에게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은밀하게 단칸방을 빠져나와 야간열차에 올랐다. 어린 나는 일찌감치 뿌리 뽑힌 신세가 되었다.
연좌제의 폐해를 뚜렷이 인식한 건 대학 진학 후였다. 어렵게 입주 가정교사 자리를 구하면 경찰이 어김없이 찾아와 나에 대해 캐물었다. 제대 후 대구의 고시학원에서 강사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이 찾아오고 결국 일터에서 내쫓기는 일이 반복됐다. 대학 전공이 사대 국문과로 좁혀진 것도 다른 길이 막혀 있어서였다. 사법시험에 도전하겠노라 선언했지만, 막상 통과하더라도 판·검사 임용은 불투명했다.
처음에는 내가 짓지 않은 죄로 벌 받는다고 생각해 화가 났다. 아버지가 이데올로기에 붙들려 그 많던 재산을 날려버리는 바람에 고생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배신감이 일었다. 그런 감정은 이십 대 중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형태로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그러한 부친 살해 충동은 곧 서늘한 회한에 길을 내주었다. 나는 내가 부정하고 짓밟았던 아버지의 흔적을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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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뱀꿈 꾸면 짐 쌌다…‘빨갱이 아버지’가 새긴 원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5077
작가의 피와 기질을 물려준 아버지
무엇이 한 어린 영혼을 들쑤셔, 말과 글의 그 비실제적 효용에 대한 매혹을 기르고,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모방의 열정과 그 허망한 성취에 대한 동경으로 들뜨게 한 것일까.
나는 문학을 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운명을 거부하는 싸움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러나 나에게 피와 기질을 물려준 아버지는 월북하기 전, 혁명 투쟁에 관한 장엄한 서사시를 쓰고 싶어했다고 한다.
" 아직도 조국은 나에게 실존이다. " 1987년, 조총련 출신 고향 친지를 통해 북한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에 적혀 있던 문구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영향을 받은 듯한, 아버지의 그 문장에서 받은 충격과 감동이 아직도 또렷하다.
▶“부친 편지에 충격 받았다” 이문열은 왜 작가가 됐을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1853
아버지를 모델로 한 소설, 표적이 되다
▶‘영웅시대’ 월북 부친의 초상, ‘시대와의 불화’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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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중플-이문열, 시대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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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정사진’ 든 10세 소녀…이문열 “사형 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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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 줄 안 쓴 지 3년 됐다…지어내지 않은 회고록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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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에 한번 만취해야 버텼다…직장과 창작 이어준 꺽쇠,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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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시 나오는 술집서도 일했다…‘젊은날’ 내 방황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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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집주소 당장 대라” 출판사 기습한 공수부대 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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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자하고 지 아버지를” 어머니는 그 소설이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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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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