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오프때도 요지부동…'돌부처' 양지인 '금메달' 쏘고 웃었다[올림PICK]
중학교 시절 수행평가로 처음 접한 사격으로 세계무대 금메달을 조준했다. 2024 파리올림픽의 ‘깜짝 스타’ 계보를 이어간 양지인(21·한국체대 3학년)은 “금메달이 정말 무겁다”며 환하게 웃었다.
양지인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앵드로주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25m 권총 여자 결선에서 최종 37점으로 카밀 예드제예스키(22·프랑스)와 공동선두를 이룬 뒤 연장전인 슛오프에서 4-1로 예드제예스키를 꺾고 정상을 밟았다.
이로써 양지인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로는 8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사격은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역대 최고 성적을 낸 2012 런던올림픽과 같은 수치다. 당초 목표를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잡았지만, 조심스러운 전망을 비웃는 결과로 파리올림픽의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승부였다. 25m 권총 결선은 표적의 10.2점 이상을 쏴야만 1점이 올라가고, 10.2점 미만일 경우 표적을 놓친 것으로 간주해 0점 처리된다. 선수 8명은 일제히 한 시리즈에서 5발씩 총 3시리즈 15발을 사격하고, 이후 한 시리즈마다 최하위가 탈락한다.
양지인은 결선 1스테이지에서 3점으로 앞서가지 못했지만, 연달아 5점을 두 차례 기록해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어 4점과 3점, 3점, 3점으로 선두를 달리다가 경기 후반 예드제예스키에게 공동선두를 내줬다. 결국 37점으로 동점을 이룬 뒤 맞이한 5발짜리 슛오프에서 침착하게 4-1로 이겨 금메달을 확정했다.
결선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과녁을 조준한 양지인은 모든 경기가 끝난 뒤에야 함박웃음을 지었다. 장갑석 총감독을 비롯해 자신을 응원하러 온 동료들과 껴안으며 감격을 나눴고, 메달 세리머니에선 환한 미소로 영광의 순간을 만끽했다.
양지인은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돼 행복하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라 이 금메달을 발판삼아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오늘이 나의 시작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양지인은 남원하늘중 1학년 때 수행평가로 사격을 처음 접했다. 그런데 이 종목이 자신과 잘 맞아 흥미를 느꼈고, 중학교 코치의 권유로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양지인은 “부모님과 가족들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 나를 지도해주신 선생님들과 감독님들도 떠올랐다. 그분들이 계셔서 내가 이 자리까지 왔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양지인은 이날 경기 중반까지 여유롭게 선두를 달리며 금메달과 가까워졌다. 그러나 결선 막판 예드제예스키가 매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37점 동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슛오프는 5발짜리 한 시리즈로 진행됐는데 양지인은 5발 중 4발을 명중시켜 4-1로 이겼다.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슛오프의 압박감을 이겨낸 양지인은 “여기 오기까지 그동안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그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여기에서 무너지면 얼마나 아쉽겠는가. 그 생각으로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어 “슛오프에선 처음 한 발을 쏜 뒤 상대의 기록을 슬쩍 확인했다. 선수용 모니터로 잠시 봤는데 상대가 점수를 얻지 못했더라.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속으로 ‘제발 한 발만 더 맞추자’라는 마음으로 쐈다”고 웃었다.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약 350㎞ 떨어진 중부 소도시 샤토루에서의 여정을 모두 끝낸 양지인은 마지막 한마디로 지금 당장의 소망을 이야기했다.
“빨리 한국 가서 집밥 먹고 싶어요.”
샤토루=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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