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로 대마도에서 순직

김삼웅 2024. 8. 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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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의 인물열전 - 면암 최익현 평전 28] 대마도로 끌려온 면암은 당당했다

[김삼웅 기자]

▲ 최익현선생순국비 조선말 항일운동을 하다 일본에 붙잡혀서 대마도에 유배되었다가 끝내 단식으로 순국한 최이현선생의 순국비와 무궁화나무
ⓒ 전재복
 
대마도로 끌려온 면암은 당당했다.

먼저 끌려온 홍주의병 9명이 반갑게 맞았다. 홍주의병들은 저승에서 부처님을 만난 격으로 명망 높고 기개 있는 면암에 의지하였다. 일행의 관리 책임자인 대마도 경비 보병대대장 소에지마가 감금소를 찾아왔다.

경비대장은 일행에게 모자를 벗고 일어나 경례를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통역의 말을 듣고 면암은 격노하여 그를 꾸짖고 모자를 벗지 않았다. 소에지마가 "일본이 주는 밥을 먹었으니 너희들은 관을 벗고 머리를 깎으라면 깎아서 명령대로 시행할 일이지 어찌 거역한다 말하냐"라 하면서 억지로 면암의 관과 건을 벗기려 할 뿐만 아니라 총검을 들이대고 위협까지 했다.  

면암이 가슴을 풀어헤치며 "이놈, 어서 찔러라"라고 대성일갈하니, 왜인들은 차마 볼 수 없는 행패를 부렸다. 74세의 노구에게 가해지는 참을 수 없는 수모였다. 

면암은 이런 처지에서 굶을 결심을 하고 주위를 돌아보며 비장한 각오로 단식을 선언하였다. 

내가 왜와 30년 동안 싸웠으니, 저들이 나를 해치는 것은 조금도 괴이하지 않다. 또한 나는 나라가 위태해도 부지하지 못하고 임금이 욕을 당해도 죽지 못하였으니, 내 죄는 죽어 마땅하다. 그러나 오늘까지 살아 있는 것은 헛되이 죽는 것은 국가에 무익하니 대의를 천하에 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일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의병을 일으키던 날 이미 알았으니, 오늘의 흉액은 오히려 늦다고 할 것이다.  

지금 이미 이 지경에 이르러 그들의 음식을 먹고 그들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것도 의가 아니니, 지금부터는 단식하고 먹지 않을 것이다. 전쟁에서 죽지 않고 단식으로 굶어 죽는 것도 또한 운명이다. (주석 1)
▲ 최익현 유해 환국 대마도에서 영구가 부산항에 도착하자 하늘에 갑자기 쌍무지개가 떴다.
ⓒ 이의주 작(1976s)
 
면암은 단식을 선언하고 일본의 물 한 잔, 밥 한 술도 거부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다음 날 일본 위관이 달려와 만류했지만 허사였다. 면암은 이튿날 새벽 임병찬에게 고종황제에게 전하라는 유소(遺疏)를 구술하였다. 유언이었다.    

신의 나이 74세이니 죽어도 무엇이 애석하겠는가. 다만 역적을 토벌하지 못하고 원수를 갚지 못하며, 국권을 회복하지 못하고 강토를 다시 찾지 못하여 4천년 역사의 정도가 더럽혀져도 붙들지 못하고, 삼천리 강토의 선왕적자가 어육이 되어도 구원하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신이 죽더라도 눈을 감지 못하는 이유입니다.(<면암집>)

그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었다. 그러자 식사비용이 조선정부에서 지불하는 것이라고 의병들이 설득하였다. 

그는 이곳 경비대에서 일본의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단식을 하다가 음식의 비용이 조선 정부에서 지불되는 것임을 들은 뒤에 식사를 하였다. 그는 이곳에서 살아 돌아갈 수 없다고 판단하여 임병찬에게 유소를 불러주어 자신이 죽은 뒤에 임금에게 올리도록 당부하였는데, 이 유소에서 일본이 4~5년 이내에 망할 징조가 있음을 지적하고, 임금에게 분발하도록 당부하였다.

10월 달에 병이 나서 11월 17일 쓰시마섬 경비대에 감금된 지 4개월 남짓만에 세상을 떠났다. (주석 2)

임병찬에게 구술한 유소 중 한 부문이다.

원컨대, 폐하는 지금 국사를 어찌 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 말으시고 성심을 분발하시고 성지(聖旨)를 확립하시며, 퇴폐하고 인순고식하는 풍조를 떨쳐 버리시고,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지 말으시고, 믿을 수 없는 것을 달게 듣지 말으시고, 자주(自主)하는 계획을 더욱 굳건히 하면서 의뢰하는 마음을 영영 끊어 버리시고, 와신상담하는 마음을 더욱 굳게 하면서 자주 할 방도를 극진히 하시옵소서. 성옹 준걸을 불러들이고, 군사와 백성을 위무 양성하며, 사방의 형편을 주의하여 보면서 그 중에서 일을 해 나가십시오.

우리 백성들은 원래 군왕을 높이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며, 또 모두가 5백 년간 선왕의 성대한 덕과 지극한 선에 젖은 사람들이오니, 어찌 폐하를 위하여 죽을 힘을 내어 큰 원수를 갚고 치욕을 씻을 사람이 없겠습니까? 깊은 그 지사들은 다만 폐하의 한 마디에 있는 것입니다.

엎디어 바라건대, 신이 죽게 되어 하는 말이라 하여 소홀히 여기시지 않는다면 신은 지하에 가서도 손을 모으고 기다리겠습니다. 

주석
1> 박민영, 앞의 책, 201~202쪽.
2> 금장태, 앞의 책, 218쪽.
3> 윤병석, 앞의 책, 100~101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면암 최익현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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