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의 몇 가지 징후

강재규 2024. 8. 3. 14: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모든 지구생태계의 생사가 걸린 다급한 문제

[강재규 기자]

징후, 하나

내가 사는 김해 진영에서 경부고속도로로 경주를 거쳐 포항엘 다녀왔다. 달리는 자동차 바깥 온도가 섭씨 4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때로는 41도를 가리키기도 했다. 그야말로 온 세상이 찜통 속인 듯했다. 들린 고속도로 휴게소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땡볕에 세워둔 자동차의 외부 온도가 40도를 넘기는 일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달리는 자동차의 외부 온도가 섭씨 40도를 넘기는 일은 드문 일이다.
 
▲ 자동차 외부 온도 섭씨 40도 8월 2일 오후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자동차의 외부 온도가 섭씨 40도를 넘었다.
ⓒ 강재규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일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예년에는 가끔 이뤄지던 일이 유독 올해는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앞으로는 이러한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리라 예상된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와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내려, 그동안 지구의 온도를 조절해왔던 기제들이 사라지니 우리가 겪는 오늘의 기후 위기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 터이다.

징후, 둘

텃밭의 농작물과 정원의 나무들도 폭염에 온몸을 비틀며 견뎌보려 애써 보지만 역부족이다. 안타까워 이틀에 한 번꼴로 지하수를 틀어 물을 주니 근근이 생명의 끈을 이어간다.
 
▲ 타들어가는 텃밭의 고추 한창 수확 중이어야 할 텃밭의 고추가 폭염에 타들어가는 모습
ⓒ 강재규
   
정성 들여 가꿨던 고추도 팥죽 같은 땀을 쏟으며 따서 깨끗이 씻어 땡볕에 말리니, 마르는 것이 아니라 삶긴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도 농작물의 흉작으로 식량 위기는 현실이 되고, 자연스럽게 인류는 기근으로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근시안인 인간은 눈앞에 닥쳐야만 비로소 깨닫는다.
 
▲ 폭염에 시든 옥수수대 폭염으로 텃밭의 옥수수대가 시들었다.
ⓒ 강재규
   
징후, 셋
집 건너편 산위에 나무를 타고 올라갔던 칡넝쿨이 죄다 말라 죽었다. 하늘에서 드론이나 헬기로 제초제를 뿌린 것처럼, 지금까지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 폭염에 말라죽은 칡넝쿨 폭염에 칡넝쿨이 말라죽었다.
ⓒ 강재규
   
올해는 장마가 무척 긴 편이었다. 장마가 끝난 후 지금까지 폭염이 지속된다. 앞으로 건너편 나무 위 말라죽은 칡넝쿨의 모습이 일상이 될지 알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할까?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 인간이 지구생태계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짜낼 수 있는 모든 지혜를 짜내 생태계 종말로 향하는 비극적인 질주에 브레이크를 밟아 멈춰 세워야 한다.

나는 1991년 대학원 박사과정에 들어가서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법을 전공해 환경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당시만 해도 법과대학에 환경법이 교과목으로 개설된 대학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다. 환경법으로 밥 먹고 살 수 없을 것이라 여겨 많은 이들이 환경법 연구에 무관심할 때였다.

그런데 당시 환경문제는 진보 개혁 진영의 영역이었고, 이에 관한 연구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반골 기질이 강하고 늘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성정을 가진 나에게는 이 분야에 관한 연구가 흥미롭고, 즐겁고 행복감을 주는 영역이었다. 밥을 먹고 사는 문제와 학문연구를 결부하고 싶지 않았다.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고, 연구한 내용들을 국가 사회에 실현하고자 환경운동 시민단체에도 적극 참여했다. 실천적인 지식인이고자 결심했던 다짐의 실현이었다.

당시에도 앞서 환경문제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천해온 학자들이나 운동가들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 실천하자고 외쳤다.

당시에도 앞으로 비극적 지구생태계의 위기가 도래할 것은 불문가지라 보았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도래하리라고는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지금의 기후 위기 또는 지구생태계 위기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자세로 모든 인류가 지금 당장 나서지 않는 한 펄펄 끓을 불덩이 지구를 구해내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기후 위기를 보는 시각은 사치가 아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지구생태계의 생사가 걸린 다급한 문제다.

덧붙이는 글 | 올해 들어 심각해진 폭염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심해질 것이다. 이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넘어 일상의 기후위기로 고착된 듯하다. 지구생태계의 절멸을 부를 징조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지금 당장 인간중심주의적 삶의 방식을 단절하지 않는 한 앞으로의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불가능할 것 같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