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없애자" 샐러리캡 기준을 스스로 칼질한 KBO리그 [IS 포커스]

배중현 2024. 8. 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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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정한 금액 기준 시행 2년 만에 '변경'
실행위원회에서도 이견, 잦은 제도 변경 혼란 자초
"처음부터 다각도로 검토하고 적용했어야" 지적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결국 샐러리캡을 손질했다.

KBO는 '지난달 31일 2024년 제3차 이사회(사장 회의)를 열고 샐러리캡 제도를 개정했다'며 '2025년 상한액을 현행 114억2638만원에서 20% 증액한 137억1165만원으로 상향한다'고 2일 발표했다. 이사회에 앞서 진행한 실행위원회(단장 회의)에서 '샐러리캡 20% 인상' 논의가 이뤄졌고 관련 안건을 이사회에 올려 최종 승인이 떨어진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샐러리캡 인상은 샐행위원회에서 '이견'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KBO리그 샐러리캡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2019년 본격적으로 논의, 이듬해 1월 제1차 이사회에서 '2023년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2021년과 2022년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 연봉(연봉, 옵션 실지급액, 자유계약선수 연평균 계약금 포함) 상위 40명 금액을 합산한 연평균 금액의 120%(114억2638만원)를 기준으로 잡고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기준 금액을 넘어서면 '징계'를 받는 방식이었다.



KBO리그 샐러리캡은 절대로 넘으면 안 되는 하드캡이 아닌 상한선 초과 시 제재를 받는 소프트캡. 초과 횟수에 따라 제재금이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하락 징계가 내려진다. 2023년에는 어느 구단도 저촉하지 않았다. 다만 두산 베어스(111억8175만원) SSG 랜더스(108억4647만원) LG 트윈스(107억원9750만원) 등 샐러리캡 기준과의 차이가 10억 미만인 구단이 5개였다. 샐러리캡 때문에 자유계약선수(FA) 전략을 바꾸는 등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나 구단마다 샐러리캡 저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결국 제도 시행 2년 만에 '기준 금액'을 대폭 올리면서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실행위원회에서도 '이렇게 수정할 거면 차라리 샐러리캡을 없애자'라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와 연락이 닿은 A 구단 관계자는 "(서로 다른) 구단들의 입장은 이해하는데 애초에 2025년까지 하기로 정했으니까 일단 (수정 없이) 그냥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B 구단 관계자는 "2025년까지 규정을 정했으니까 거기에 맞게 선수단을 운영하는 구단도 있었을 텐데 제도를 중간에 바꾸는 게 맞나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제도가 설익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KBO는 '물가 인상과 함께 최근 선수계약 규모 등을 고려해 현실에 맞게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고 부연했다. C 구단 관계자는 "처음 만들 때부터 여러 상황을 고려했어야 했는데 만드는 데만 급급한 거 아닌가"라며 "허점이 많다. 다른 리그의 사례를 참고해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겨울 KBO리그는 샐러리캡 초과를 우려한 구단들이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대신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는 몇몇 구단이 FA 시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전력 상향 평준화라는 샐러리캡 기본 취지에 맞는 결과였지만 제도에 칼을 댔다. 이미 2023년부터 적용하기로 한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가 사문화(死文化)된 상황.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는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선수가 뛰는 걸 용인, 현장의 혼란을 자초했다. 잦은 규정 변경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큰데 샐러리캡도 마찬가지. 한 야구 관계자는 "상한액을 약 23억원을 올렸는데 이러면 4년 기준 92억원의 A급 FA 선수 1명을 영입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한도가 너무 올라가면 샐러리캡 기능이 상실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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