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벌리고 절규하는 표정…이집트 여성 미라 의문 풀렸다

이지영, 김하나 2024. 8. 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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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년 전 사망한 한 고대 이집트 여성의 미라가 입을 크게 벌린 채 절규하는 듯한 표정으로 발견됐는데 이런 특이한 모습이 죽음 당시의 고통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사하르 살림 카이로 대학교 방사선과 교수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 여성의 미라가 왜 입을 크게 벌린 표정을 하고 있는지 컴퓨터단층촬영(CT)과 X선 회절 등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고통스러운 죽음 또는 정서적인 스트레스 때문이었을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메디신’에 실렸다.

절규하는 표정의 고대 이집트 여성 미라. 사진 사하르 살림 교수 홈페이지 캡처


입을 벌린 여성의 미라는 1935년 고대 이집트 제18왕조 하트셉수트 여왕 시대의 건축가 세넨무트 무덤 아래의 나무 관에서 발견됐다.

인근에서는 세넨무트의 어머니와 친척들의 무덤도 함께 발견돼, 이 여성 역시 세넨무트의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생전 키가 155㎝ 정도였을 이 여성이 48세 정도에 사망했으며 척추 등에 가벼운 관절염을 앓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CT를 통해 밝혀냈다.

동시대 지체가 높은 계층의 미라와는 달리 몸 안에 장기가 제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들어있고, 방부 처리를 위한 절개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도 특징이었다.

하지만 금과 은으로 된 풍뎅이 모양의 반지 ‘스카라베’를 낀 채 매장됐으며 방부 처리 재료로 값비싼 향나무와 헤나 염료가 사용된 것으로 분석돼 이 여성 역시 상류층이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여성 미라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진 특징은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 ‘절규’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크게 벌어진 입이다.

연구팀은 이 여성이 사망 당시 극심한 고통이나 정서적 스트레스를 겪었으며, 즉각적으로 사후 경직이 나타나면서 그 고통의 표정이 그대로 표정이 남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살림 교수는 “방부 처리를 맡았던 사람들이 시신의 입을 다물어주지 못했고, 시신이 부패하거나 이완되기 전에 미라화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이 같은 가설에 대해 일부 연구자들은 작업자들에게는 시신의 입을 닫아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카이로 아메리칸 대학교의 살리마 이크람 교수는 “사후 경직 때문에 방부 처리를 맡은 사람들이 이 표정을 영원히 놔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라화 중 건조 작업에는 40일이 걸리므로 그동안 충분히 이목구비를 재배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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