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일본도 살인범’ 신상 공개 안 해… 2차 가해 우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백모(37)씨에 대해 경찰이 신상 공개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 서부경찰서는 백씨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고 현 단계에서 신상을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의 정신 질환이 추정되는 상황이나 질환 유무에 대한 진단(이 없는) 등 객관적으로 확인된 자료가 부족하다”면서 “피해자와 피의자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해 가족에 대한 제2차 가해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하는 일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가나 사회, 특정 개인에게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특정 중대 범죄 사건에 대해 범행의 잔인성, 피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를 정한다.

백씨에게 정신 질환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자료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는 백씨가 과거 병·의원에서 정신과 관련 진료나 치료를 받은 적 없다는 의미로 현재 관련 질환이 아예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백씨는 지난 2일 경찰이 한 마약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앞서 백씨가 마약 검사를 거부하자 그에 대한 신체 압수 수색 영장을 받아 모발과 소변 등을 확보해 확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도 의뢰한 상황이다.

백씨는 전날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받고 나오는 길에 취재진을 만나 심신 미약이 아니며 멀쩡한 정신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범행 동기는 나라를 팔아먹은 김건희 (여사)와 중국 스파이의 처단”이라며 횡설수설해 의료계에서는 정신 질환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백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30분쯤 은평구 아파트 정문 앞에서 날 길이 75㎝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단지 주민인 남성 A(43)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백씨와 친분이 없으며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