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독수리'의 역습, 연승도 매진도 계속된다

이준목 2024. 8. 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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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후반기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한화 이글스

[이준목 기자]

'푸른 독수리'로 변신한 한화 이글스가 성적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며 후반기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한화는 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경기에서 선두 KIA 타이거즈를 10-3으로 완파하며 파죽의 7연승을 내달렸다.

한화는 선발투수 김기중이 5.1이닝 5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째를 수확했다. 타선에서는 노시환이 결승 3점 홈런 포함 5타수 5안타 5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노시환의 한 경기 5안타는 프로 데뷔 이후 최초이며, 이날 홈런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0홈런 달성에도 성공했다.

이로써 한화는 시즌 개막 초반인 지난 3월 31일 이후 무려 124일 만에 시즌 두 번째 7연승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로는 최다 연승이다.

이날 정확히 100경기를 소화한 한화는 시즌 전적 45승 2무 53패로 8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5위 SSG 랜더스(51승 1무 50패)와의 승차를 4.5게임으로 좁히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되살렸다. 또한 최근 연승이 계속되면서 팀의 상징인 주황색 유니폼 대신 착용하고 있는 여름용 '블루 유니폼'이 일종의 승리 징크스로 여겨질 만큼 선수들과 팬들의 반응도 좋다.

한화는 시즌 초반 7연승을 내달리며 한때 선두권에 올랐으나 이후 순위가 점점 곤두박질치며 5월에는 최하위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최원호 전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5월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함께 동반사퇴했다. 사실상의 경질이었다.

한화는 대안으로 백전노장 김경문 감독을 선임했다. 2018년 NC 다이노스 감독에서 사임한 이후 KBO리그 현장에는 6년 만의 복귀였다. 한화가 김경문 감독을 선택한 이유는, 당장 성적을 내야 한다는 메세지였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

김경문 감독이 부임하기 직전 한화의 성적은 24승 1무 32패(.429)로 8위였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한화는 첫 25경기에서 12승 1무 12패로 5할 승률을 기록했고 전반기를 36승 2무 44패(.450)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당시 5위권과의 격차는 3.5경기였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한화는 오히려 첫 11경기에서 9패(승률 0.182)를 당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7월 13일 LG전부터 21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7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지며 59일 만에 다시 공동 최하위(공동 9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5위권과 격차는 한때 8경기까지 벌어지며 가을야구의 꿈도 사실상 물 건너가는 듯했다.
 
 7월 2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9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한화 페라자가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한화 이글스
 
그랬던 한화가 갑자기 7월 말부터 또다시 확 달라졌다. 7월 23~24일 리그 3위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연이틀 1점 차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3일간의 우천 휴식기를 거쳐 28일에는 2위 LG를 잡았고, 30일부터 8월 1일까지는 당시 공동 4위였던 KT에 3연전 스윕을 달성했다.

이어 2일에는 선두 KIA와의 3연전 첫 경기까지 잡아내며 '7연패 뒤 7연승'이라는 믿기 어려운 대반전을 이뤘다. 그것도 리그 1-4위 상위권 팀들만을 상대로 완벽한 도장깨기를 이어 나가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후반기 성적은 9승 9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을 다시 회복했다.

한화가 이처럼 시즌 내내 롤러코스터를 오가는 '도깨비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주축 선수들의 기복과 무관하지 않았다.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요나단 페라자 정도를 제외하면 주전급에서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거의 없었다. 에이스 류현진은 11년 만의 국내 무대 귀환에 초반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문동주는 슬럼프로 2군을 들락거려야 했다. 노시환과 채은성의 타격감도 불안정했고 외국인 투수들은 부상에 허덕였다.

후반기 들어 한화는 바리아와 와이스 등 준수한 대체 외국인 투수들을 영입하며 선발진의 공백을 메웠다. 또한 김경문 감독은 전매특허인 '믿음의 야구'를 통하여 부진한 베테랑 채은성과 하주석을 꾸준히 중용하면서 끝내 부활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잡을만한 경기에서는 선발 퀵후크와 불펜 총력전의 벌떼야구도 마다하지 않았던 과감한 승부수가 적중하기도 했다.

후반기 들어 부진하던 주전 선수들의 경기력이 하나둘씩 정상궤도로 돌아오면서 한화의 전력도 급상승하고 있다. 연승 과정을 돌아보면 안정감은 다소 떨어져도 '되는 날'에는 어떤 팀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최근 한화 야구의 특징이다.

'야구 볼 맛' 나는 한화 팬들

한화에 뿌듯한 소식은 연승만이 아니다. 한화가 7연승을 거둔 2일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1만 2000장의 입장권이 모두 판매되며 올 시즌 '37번째 홈 경기 매진' 달성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수립했다. 이는 종전 기록인 1995년 삼성 라이온즈의 36회를 뛰어넘은, 'KBO리그 한 시즌 최다 매진 신기록'이었다.

한화는 올 시즌 홈 53경기 중 37경기에서 입장권을 모두 판매하며 벌써 총관중 59만 8943명(평균 1만 1300명)을 동원했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2018년에 세운 구단 73만 4110명의 역대 최다 관중 기록 경신도 유력하다.

이러한 인기몰이에는 한화 특유의 충성도 높은 '보살 팬덤'이 있다. LG(서울), KIA(광주), 롯데(부산)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빅마켓 인기구단들에 가려졌지만 대전-충청을 연고로 하는 한화 팬들의 결속력과 열정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한화가 2010년대 이후로 장기간 극심한 암흑기를 겪으면서, 매년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항상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주는 한화 팬들만의 남다른 의리와 끈기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올 시즌도 아직까지 8위에 그치며 가을야구와 거리가 있는 한화지만, 팬들의 호응도는 그야말로 1위팀이 부럽지 않다. 올시즌 들어 미국에서 돌아온 류현진,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와 홈런왕 노시환, 효자 외인 페라자 등의 존재감에 중반에는 김경문 감독까지 '스타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성적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진 것이 관중 증가로도 이어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에는 연승으로 성적까지 받쳐주면서 모처럼 '야구 볼 맛'이 나는 한화 팬들로서는 더더욱 경기장을 찾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화 구단은 오는 10일 키움 히어로즈와 홈 경기에서 한 시즌 최다 매진 신기록을 기념하는 감사 이벤트를 열 예정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한 시즌 최다 매진 신기록은 두 팬 여러분들 덕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멋진 경기로 보답할 수 있도록 저희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러한 한화의 비상은 후반기 프로야구 순위 판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KBO 전체의 흥행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만년 하위팀으로 꼽히는 한화의 놀라운 관중몰이 행진은 프로스포츠에 있어서 인기 구단을 좌우하는 요소가 단지 성적만이 아니라 팬들과 함께 얼마나 깊이 있는 서사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구축해 왔는지에 달렸음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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