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전쟁에 지쳐가는 우크라이나… “일부 영토 양도” 목소리 커져

김남중 2024. 8. 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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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리브네에서 AFP 통신 등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양도하는 것에 동의하는 비율이 늘었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는 우크라이나인의 약 3분의 1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양도하는 것에 동의하겠다고 대답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영도 양도에 동의한다는 비율은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전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태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드니프로페트롭스크, 자포리자, 미콜라이프, 헤르손, 오데사 등을 포함하는 남부 지역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일부 영토를 양보하는 것을 지지한다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46%만이 어떤 양보도 반대했다. 1년 전 조사에서는 이 지역 응답자의 86%가 러시아에 어떤 영토를 주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달 중순 우크라이나 독립매체 Z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약 44%가 러시아와 공식 회담을 시작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KIIS의 전무이사인 안톤 그루셰츠키는 영토 양도에 대해 “확실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준비돼 있다”면서 “핵심적인 이유는 지난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희망이 좌절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대폭 줄일 것이라는 전망도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지휘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르몽드, AFP통신 등을 포함한 프랑스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종식하는 대가로 영토 일부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는 영토를 포기할 공식적 권리가 없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원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절대 영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국민의 뜻”이라면 바뀔 수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뜻 없이는 대통령이나 특정인, 또는 전 세계의 다른 대통령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를 위한 정의로운 평화는 우리의 영토를 온전히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오로지 무기를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전쟁을 원하는 한 최전선에 있고, 러시아가 원한다면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11월 제2차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추진할 것이며 이 회의에 러시아 대표단도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최근 중국을 방문한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을 통해 러시아와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대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한다면 민주당의 대표가 되겠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다른 사람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 해도 어떤 대화가 이뤄질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분석 그룹 딥스테이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하고 합병을 선언한 4개 지역에서 철수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시도를 철회한다면 즉시 종전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당시 이 제안을 항복 요구라고 일축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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