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퍼.1st] 현시점 세계에서 가장 영입 잘한 팀, 뜻밖에 AS로마? 올해는 진짜 다를까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AS로마가 근래 이적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적극적인 이적료 지출로 선수단을 빠르게 보강하고 있다. 영입된 선수의 면면이나 영입의 방향성 모두 돋보인다.
로마는 3일(한국시간) 아르템 도우비크 영입을 발표했다. 지난 시즌 스페인 라리가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지로나의 3위 돌풍을 이끌었던 공격수다. 로마가 도우비크 영입에 들인 비용은 3,050만 유로(약 453억 원)로 알려졌다.
도우비크 영입전에 로마의 '할때는 하는' 구단주들과 감독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성사시켰다. 원래 도우비크는 스페인 강호 아틀레티코마드리드 이적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영입 막바지 단계에서 아틀레티코가 선수 측에 약간 불리한 조건으로 수정하려고 하면서 신뢰가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로마의 댄 프리드킨 구단주가 직접 나섰다. 프리드킨은 다양한 문화예술 투자를 하는 사업가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미국에서 배급해 대박 수익을 내는 등 안목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로마의 선수 영입에 마지막 한 방이 필요할 때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로멜루 루카쿠 임대영입 당시에는 전용기를 직접 운전해 루카쿠를 데려오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줬다. 이번에도 도우비크 영입 마무리를 위해 전용기를 투입, 비행기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로마로 이동했다.
또한 아틀레티코가 구단에 영입을 맡겨두고 있다가 위기에 처한 뒤에야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을 동원한 반면, 로마는 영입 시작 단계부터 다니엘레 데로시 감독이 직접 접촉해 선수에게 확신을 준 것도 차이점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는 스페인 득점왕 도우비크에 앞서 이탈리아 무대 최고 신인도 영입했다. 지난 시즌 세리에A에서 강등팀 프로시노네를 이끌고 10골 3도움으로 고군분투한 마티아스 소울레다. 영플레이어상은 조슈아 지르크제이(당시 볼로냐, 현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수상했지만 소속팀 돌풍이라는 요인을 빼고 보면 소울레의 개인활약도 최고 수준이었다. 유벤투스가 다른 선수 영입을 위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소울레가 적당한 몸값에 '매물'로 나왔다. 로마는 2,560만 유로(약 380억 원)에 영입할 수 있었다.
여기에 프랑스 스타드렌의 미드필더 엔조 르페도 이적료를 지불하고 영입했으며, 임대 상태였던 풀백 앙헬리뇨 역시 완전영입했다. 스웨덴의 유망주 풀백 사무엘 달 영입으로 장기적인 안목도 보여줬다. 새 골키퍼 매튜 라이언은 자유계약으로 영입했다. 영입한 선수들의 면면, 그리고 이적료까지 감안한 '가성비'로 볼 때 로마는 현재까지 이적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팀으로 꼽힐 만하다.
이런 행보는 로마의 최근 2년간 행보와 상반된다. 로마는 최근 2년간 한 선수에게 이적료를 1,000만 유로(약 149억 원) 넘게 쓴 적이 없을 정도로 영입자금이 부족한 팀이었다.
로마는 늘 유럽축구연맹(UEFA)의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을 간당간당하게 준수하며 매 시즌을 운영했다. 구단주의 지원 의지도, 팀의 야심도 있기 때문에 긴축재정에 들어간 적은 없었다. 오히려 그렇다보니 팀 전체적인 연봉규모가 상당한 편이었다. FFP에 따라 수입과 거의 같은 인건비 지출을 매 시즌 하고 있어 이적료를 더 쓸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스타급 선수인 파울로 디발라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하고, 루카쿠를 임대영입하는 등 묘기에 가까운 이적시장으로 스타 선수들을 수급하긴 했다.
하지만 최근 첼시의 사례에서 보듯, FFP 등 재정 관련 규정을 잘 준수하려면 이적료 없는 고연봉 선수보다 오히려 이적료가 비싸더라도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선수를 영입하는 게 낫다. 회계장부를 기준으로 본다면 이적료 지출은 계약기간만큼 쪼개져 매년 분산 기입되지만, 연봉은 매년 해당 액수가 기입되기 때문이다.올여름 로마는 고액연봉자들을 대거 덜어냈다. 임대 선수였던 루카쿠가 돌아갔고, 이탈리아 대표 공격수 안드레아 벨로티를 코모로, 풀백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는 나폴리로 보냈다. 골키퍼 후이 파트리시우는 계약만료로 떠나보냈다. 이들 모두 연봉이 높은 편이었다. 여기에 1년 전 자유계약으로 영입한 우셈 아우아르는 사우디의 알이티하드로 가면서 1,200만 유로(약 178억 원) 이적료를 기록해 장부상 큰 여유를 만들어줬다. 앞으로 잉글랜드 대표 공격수 태미 에이브러햄을 비롯해 더 많은 선수 판매를 노리고 있다.
이런 여유를 바탕으로, 나이 많은 고연봉 선수보다는 이적료가 어느 정도 들더라도 연봉이 합리적인 선수 위주로 노리는 게 올여름 로마의 변화다. 도우비크를 잘 설득해 연봉도 그리 비싸지 않게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는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초보 감독 데로시를 이번 시즌에도 신뢰한다. 기존 스타선수 디발라, 로렌초 펠레그리니, 잔루카 만치니 등에 더해 새로 영입한 선수들을 잘 조화시킨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로마는 지난 2021-2022시즌 '우승청부사' 주제 무리뉴 감독과 함께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이후 어떤 트로피도 없던 로마 입장에서는 큰 성과였지만, 냉정하게 볼 때 수익에 도움이 되는 성과는 아니었다. 돈을 더 벌려면 세리에A 4강에 복귀하고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정규적으로 진출해야 한다. 로마는 지난 5시즌 동안 UCL에 나가지 못했다. 이번 시즌 최대 과제는 4강 복귀다.
사진= AS로마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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