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0점 실망스럽지만…인생은 계속돼” 쿨한 퇴장

권남영 2024. 8. 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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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최고 스타로 떠오른 공기권총 10m 은메달리스트 김예지(31·임실군청)가 한 발의 실수로 25m 권총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예지는 2일(현지시간) 사격 25m 경기를 전체 27위로 마친 뒤에도 '쿨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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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권총 10m 은메달 이후 SNS서 세계적 스타로 떠올라
주종목 권총 25m서 한 발의 실수로 결선 진출 실패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김예지가 과녁을 조준하기 앞서 코치의 지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최고 스타로 떠오른 공기권총 10m 은메달리스트 김예지(31·임실군청)가 한 발의 실수로 25m 권총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예지는 2일(현지시간) 사격 25m 경기를 전체 27위로 마친 뒤에도 ‘쿨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취재진을 만난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다음 올림픽에 대한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며 “다음에는 0점을 받지 않아야 한다. 실망스럽긴 하지만 내 여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 대회가 내 커리어나 인생을 정의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 발을 놓쳤다고 울지는 않았다. 인생은 계속되고 이건 하나의 대회일 뿐”이라며 “사격은 내게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슬프지만 더 열심히 노력해서 4년 뒤에는 더 좋은 결과를 목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김예지는 2024 파리올림픽을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공기권총 10m 개인전 은메달로 개인 첫 올림픽 출전에서 첫 메달을 딴 이후 과거 영상 한 편이 SNS를 강타했다. 지난 5월 국제사격연맹(ISSF) 바쿠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결선 영상이었는데, 특유의 무심한 사격 자세와 표정이 화제를 모으며 신드롬에 불을 붙였다.

파리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예지의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경기 영상에 달린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의 댓글. 엑스 캡처


세계신기록을 작성하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그를 두고 인터넷상에서 폭발적인 관심이 일었다. 테슬리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X·구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까지 나서 “액션 영화에 캐스팅하자. 따로 연기할 필요가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김예지는 영화 같은 반전으로 대회를 마쳤다. 금메달을 노렸던 주 종목 권총 25m 본선에서 탈락했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바로 그 종목이었다.

25m 권총 속사는 표적이 나타나면 3초 내로 사격을 마쳐야 하는데, 속사 11번째 발에서 3초를 넘겨 0점으로 기록됐다. 실제로 0점을 쏜 것은 아니고 시간 초과로 0점 처리가 된 것이다. 이날 김예지가 본선에서 얻은 합산 점수는 600점 만점에 575점이다. 만약 10점을 맞혔더라면 8명이 출전하는 결선에 진출해 세계 신기록을 세웠던 그 장면을 재현할 수 있었다.

김예지는 “3초 안에 쏠 시간이 있었는데 놓쳤다. 이런 실수는 나에게 드문 일인데 오늘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큰 실수를 저질러서 큰 사건이 벌어졌다. 많은 분들이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실망하신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다.

2일(현지시간) 사격 25m 경기 이후 인터뷰하는 김예지. MBC 보도화면 캡처


김예지는 “내가 받은 모든 사랑과 응원에 감사드린다. 약속드린 것을 다 못 보여드려 죄송하지만 계속 노력하겠다”며 “4년 뒤에는 금메달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유치원생인 딸에게는 “금메달을 못 가져다줘서 미안하다.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서 가져다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딸이 준 애착인형’이라고 잘못 알려진 코끼리 인형에 대해서는 “딸이 준 것이 아니라 코치가 화약을 닦으라고 선물한 수건”이라고 정정했다.

김예지는 “스트레스나 부담보다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면서 “이번 큰 실수조차도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예상치 못한 0점이라는 점수가 충격과 재미를 선사했길 바란다. 응원해주시고 이해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미소를 지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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