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빠루 자국보니"…아파트 전기차 화재 피해주민의 감사글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로 피해를 본 주민이 소방관 등에게 전하는 감사의 글을 올렸다.
‘전선인간’이라는 닉네임으로도 활동하는 작가 최우원씨는 2일 자신의 블로그에 ‘화마가 지나고 난 후 고마움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씨는 “어제 새벽부터 뉴스에 나온 전기차 화재는 바로 우리 아파트에서 일어났다”며 “가장 먼저 피해가 크신 이웃분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누군가 문을 강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집 앞으로 나가니 소방관 선생님 두 분이 계셨고 빨리 대피하라는 말을 담기고 뛰어가셨다”며 “산소통을 메고 저렇게 두꺼운 옷을 입고 뛰어다니며 화재를 알리시다니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오후 6시쯤 집에 들어오니 화재는 모두 진압됐지만 단전·단수와 매캐한 연기·냄새가 집안 곳곳에 남아있었고 모두에게 크든 작든 재산 피해도 발생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더운 날 고생한 소방관·경찰관 선생님들에 비하면 이런 불편함을 너무나 보잘 것 없다”고 적었다.
최씨는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아파트는 여전히 단수 상태이고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우리 차량 피해도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새벽까지 혹시 모를 화재 위험성 때문에 머물러 준 소방관, 주민 통제를 위해 힘써준 경찰관, 식수 공급을 위해 물을 나눠준 인천 서구청 분들, 새벽까지 입주민들과 상담을 진행해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열거했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현관문에 찍혀 있는 ‘빠루’(쇠지렛대) 자국을 보며 너무 큰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꼈다”며 “소방관 선생님들이 안쪽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철문을 치신 흔적인데 이분들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을 위해 온 마음으로 문을 두들겼을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나 깊이 감사함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 조금 더 불편하고 재산 피해도 늘어나겠지만 모든 것은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 것”이라며 “그래도 딱 한 가지 제가 느끼는 고마운 마음만은 돌아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께 인천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주민 22명과 소방관 1명 등 모두 23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40여대가 불에 타고 100여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봤다.
화재 여파로 2일 기준 아파트 14개 동 1581세대 중 5개 동 480여세대의 물과 전기 공급이 끊겼으며, 입주민 139명이 청라 1·2동 행정복지센터 등 임시 주거 시설에 머물고 있다. 또한 임시 주거시설이 여의찮아 가까운 친족 집에 머물기로 결정했다는 입주민도 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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