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감경? No!…가중처벌로 법 바꿔야 [‘할말 안할말’…장지호의 ‘도발’]

2024. 8. 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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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이색적으로 바라보는 광경이 자유로운 길거리 음주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편의점 파라솔의 낮술부터 한강공원의 치맥, ‘야장’이라 불리는 식당의 야외 술자리까지 그들은 특이한 경험으로 즐긴다.

대학가 축제 시즌에는 학과의 톡톡 튀는 주점 운영이 화제에 오른다. 가을철 고속도로 휴게소 관광버스 근처에는 간이 테이블이 펼쳐지고 대낮부터 술판이 벌어진다. 야외에 나가면 어디든 흥이 나서 그런지 술이 빠지지 않는다.

방송에서 흡연은 자취를 감췄지만, 음주는 갈수록 많이 노출된다. 화려한 싱글의 음주는 쿨하다는 것을 자랑하듯 거의 매주 음주 장면이 방영되는 MBC ‘나 혼자 산다’는 예능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다. 유튜브·틱톡에는 신동엽, 김희철 같은 유명 연예인의 술방이 우후죽순 등장해 치열하게 조회 수 경쟁 중이다.

젊은 아이돌이 모델인 주류 광고는 업계의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성인이 되자마자 아이브 안유진이 뛰어들었고, 카리나의 맥주와 제니의 소주는 한류 효과를 기대한다. 식당마다 걸려 있는 술 권하는 미녀 스타 사진은 누구에게나 눈에 띈다.

평소에는 큰 문제없이 보이는 음주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 ‘주폭’으로 인해 종종 사회문제로 등장한다. 유흥가 경찰서는 주폭을 다루느라 밤마다 정신이 없고, 병원 응급실 의료인들은 주폭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 그런데도 여아를 성폭행하고 신체를 훼손한 천인공노할 범죄자 조두순은 과도한 음주 상태를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아 고작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음주운전 역시 심각하다. 매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1만5000건 내외 수준인데, 이 중 음주운전 재범률이 45%에 달한다. 다양한 계도에도 줄어들지 않는 음주운전이지만, 2019년 기준 집행유예 비율이 76%다. 최근 뺑소니로 물의를 빚은 가수 김호중에게 음주운전 혐의가 제외되면서 ‘음주운전 안 걸리는 꿀팁’이라는 분노 섞인 조롱까지 등장했다.

미성년 음주는 이제 관심 밖이다. 청소년 음주 경험률은 32.9%, 음주 시작 연령은 13.2세를 기록했다는데, 실제 수치는 훨씬 높고 나이는 더 어릴 것이다. 최근에는 심부름 대행 업체나 음식 배달 플랫폼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술을 배달받을 수 있는 점도 악용된다.

그 어떤 나라보다도 음주가 권장되고 허용되는 우리 문화에서 관련 규제는 미약하다. 2022년 12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후 지자체는 특정 장소를 금주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된 정도다. 지난해부터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거나 상습적 음주운전의 경우, 차를 압수·몰수할 수 있다. 이 정도로는 그동안의 관대한 음주 문화가 바뀔 리 없다.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제한해야 하며, 청소년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아이돌이나 운동선수의 술 광고는 금지해야 한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업자도 처벌받아야 하지만 음주 청소년도 따끔하게 혼내야 한다. ‘주취감경’은 인정되지 말아야 하고, 주취로 인한 범죄는 오히려 가중처벌이 맞다. 공공시설이나 응급실에서의 주폭은 현행범으로 엄벌에 처하고, 음주운전을 희화화한 김호중은 일벌백계 받아 마땅하다. “음주운전은 예비 살인”이라며 시동 잠금장치 설치를 약속한 윤 대통령의 공약은 하루빨리 이행돼야 한다. 어떠한 미화를 하더라도 음주로 인한 폐해는 차고 넘친다. 해외에서는 부랑자만큼이나 알코올 중독자는 혐오의 대상이다. 음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이제는 차갑게 바뀌어야 할 때다.

[장지호 사이버한국외국어대 총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0호 (2024.07.31~2024.08.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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