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트럼프가 흔드는 엔화…"절상 압력 더 심해질 것"
트럼프 지적 이후 日 금리인상
바이든 사퇴 후 안전자산 수요 쏠려
日 '절대퇴사맨' "엔저로 자산감소"
지난 4월 이후 줄곧 100엔당 800원대에 머물던 원·엔 환율이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발표와 함께 900원대를 돌파하면서 '슈퍼엔저' 현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엔저 장기화가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발언을 한 이후 엔화 가치가 계속 상승했고 실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가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엔화의 방향성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BOJ가 앞으로도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동안 엔화 가치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환경이 마련됐다.
트럼프 "엔화, 달러대비 너무 낮아" 지적 후 엔화 가치 상승세지난달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14.30원까지 치솟아 전장대비 8.18원 급등했다. 이날 BOJ가 정책금리를 종전 0∼0.1%에서 0.25%로 인상한다고 발표해 일본 금리가 15년만에 최고치로 올라서면서 엔화 가치가 크게 올라갔다.
지난 6월말 엔화 가치가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6.4% 이상 급등한 것이다. 지난달 초 1달러당 161.71엔을 기록했던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이날 150.03엔으로 내려갔다.
미국 대선이 엔화 절상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며 엔화가치 상승에 불을 지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달러화와 엔화, 위안화의 격차는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엔저가)미국 제조업계에 재앙과 같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 전후로 엔화 가치가 급등세를 나타내는 등 환율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할 경우, 미국에서 엔화 절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엔저 장기화의 여파로 물가가 급등한 일본 정치권도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BOJ에 절상압력을 가해왔다. 일본 집권 자민당 2인자로 불리는 모테기 도시마쓰 간사장은 지난달 "단계적 금리 인상 검토를 포함해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엔화가치 절상을 주문하는 발언을 했다.
계란말이만 먹고 1억엔 모은 '절대퇴사맨'…"엔저로 돈 가치 감소"실제 일본 내에서는 그동안 이어진 슈퍼엔저 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크다. 슈퍼엔저 장기화로 수입물가가 크게 오르고 생필품 가격이 급등해 가계의 소비여력이 저하됐고, 열심히 저축한 자산의 가치가 희석됐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유명 투자 인플루언서인 '절대퇴사맨(絶?仕事?めるマン)'은 본인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엔저현상으로 자신이 모았던 1억엔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며 "21년간 무엇을 위해 열심히 저축해왔는지 후회된다. 정말 무의미한 삶이었다"고 밝혔다.
절대퇴사맨은 일본에서 극단적 소비 절감과 저축만으로 45세 나이에 1억엔(약 8억9400만원)을 모았다고 알려진 파이어족(조기은퇴) 투자 인플루언서다. 계란말이나 순두부 등 간단한 반찬과 밥만 먹으며 절약해 돈을 모았다고 홍보하며 자신의 식단 사진과 저축방법 등을 쓴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3월 공표한 '근로통계조사'를 보면, 일본 노동자의 평균 실질임금은 24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근로자 임금 상승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24회계연도 최저임금을 기존보다 5%, 50엔(약 450원) 인상해 역대 최고 수준인 시간당 1054엔(약 9479원)으로 올렸다. 5% 인상은 1991년 이후 33년만에 최고 수치다.
바이든 사퇴 이후 더욱 널뛰는 환율…불안감 증폭 반영트럼프 전 대통령의 엔저 관련 발언, BOJ의 정책금리 인상과는 별개로 미국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변수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가치를 높이고 있다. 미 대선판은 민주당의 새로운 대선후보로 떠오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되던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26~27일(현지 시각) 미국의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에 호감을 느낀다는 응답 비율은 43%로 집계됐다. 한 주 전 같은 조사 당시 35%와 비교하면 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감도는 36%로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실시된 한 주 전 기록한 40%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지난달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 레이스를 포기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미 대선은 한치 앞도 알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 직후부터 해리스 부통령이 사실상의 대선 후보로서 선거 운동에 나선 일주일 동안 해리스 부통령 캠프는 2억달러(약 2771억원)의 기부금을 모았으며, 새로 후원에 동참한 사람만 1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 부통령 등판 이전에 거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예상됐던 미국 대선 결과는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는 평가다. 정치적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역으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수요 또한 한동안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윤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도 엔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 전환, 내수 회복 기대, 달러 약세 등으로 절상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엔화 수요 확대에 따른 절상 압력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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